당뇨병 유병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 분비 부족과 인슐린에 대한 신체반응 둔화 등 2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과거에는 인슐린 저항성 증가가 서양인들에게 당뇨병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었다.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비만 인구가 늘면서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들의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당뇨병 전단계인 30대 인구가 2020년 기준 208만 명을 넘어서며 당뇨병에 따른 질병 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뇨병은 몸 곳곳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은 당뇨망막병증과 만성신부전, 심뇌혈관질환, 심근경색, 하지 절단 등이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망막 모세혈관에 이상이 생겨 시력이 저하되는 당뇨망막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신장의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가 손상돼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당뇨병성 신장질환, 혈관장애와 말초신경 손상으로 발 피부에 궤양이 생기는 당뇨병성 족부병변 위험도 증가한다.
혈당과 흔히 동반되는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의 요인으로 동맥 내부에 노폐물이 생겨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죽상경화증도 생길 수 있다. 이는 심근경색, 뇌경색, 말초혈관질환 등 대혈관 합병증의 주요 위험요인이 된다. 혈중 포도당이 정상 수치 이하로 감소하는 저혈당도 당뇨병 환자들이 흔히 겪는 급성 합병증 중 하나다. 저혈당은 약물치료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식사를 거르거나 공복 상태에 과도한 운동을 할 때 발생하기 쉽다. 경구혈당강하제 중 설폰요소제를 복용하거나 인슐린 용량이 적절하지 않으면 저혈당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 간 긴밀한 협조가 중요하다. 생활습관 개선 등 환자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의사의 처방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균형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은 혈당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제때 골고루 적당량을 섭취하고 일주일에 15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과체중인 경우 현재 체중에서 5~10%가량 감량해 적정 체중과 적정 허리둘레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 환자가 흡연할 경우 심혈관계 합병증에 따른 사망률이 최대 4배까지 증가할 수 있으므로 금연은 필수적이다. 생활습관 개선과 체중 감량은 급격한 혈당 상승을 예방하고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등 고혈당에 대한 신체의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다. 다만 당뇨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는 어려우므로 약물요법이 병행돼야 한다. 당뇨병 약제는 병의 원인을 교정하고 장기적인 혈당 조절 상태가 이어지게 함으로써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을 더 유지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2가지 이상의 약을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이 널리 활용된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병용요법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9년 77.7%에 달했다. 병용요법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DPP-4 억제제 등을 포함한 3제 병용요법의 보험 급여가 인정되면서 최적의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 데 따른 변화다. 당뇨병 진료 지침에서 합병증 예방을 위해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23년 진료지침을 통해 제2형 당뇨병의 약물치료 시 혈당 조절 실패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진단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과거 당뇨병 진단 후 단독 약물로 치료를 시작해 혈당이 많이 올라간 후에야 약물을 추가해 혈당을 조절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졌다. 오랫동안 고혈당에 노출되면 덩달아 합병증 발생 위험도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 저하 뿐 아니라 간, 혈관, 신장, 근육, 뇌, 장, 지방 등에서의 이상이 복합적으로 동반돼 발생한다. 병용요법을 진행하면 당뇨병 발생과 관련된 여러 원인들에 작용함으로써 혈당 조절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다양한 치료제 성분을 한 알로 담은 복합제의 등장으로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이 높아졌고 유용성이 입증된 만큼 병용요법은 당뇨병 치료율 향상에 기여할 전망이다.
제1형 당뇨병의 치료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형 당뇨병은 2형과 달리 인슐린 공장에 해당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발생한다. 인슐린 분비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인슐린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평생동안 외부 주입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인슐린 주사가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최근에는 혈당 수치에 따라 인슐린이 자동 투여되는 인공췌장 기기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