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월 위기설은 길어도 1년, 짧게는 올해 하반기가 지나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기대 내지는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4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22대 총선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경제 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4월 위기설’이 ‘5월 위기설’ ‘6월 위기설’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 원장의 답변은 기존 발언들과 미묘하게 달라졌다. 위기설이 극에 달했던 올 3월 이 원장은 비슷한 질문에 “위기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후에도 금융 당국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거나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며 위기설을 부인했다. 이에 반해 이 원장의 이번 답변은 ‘위기설’의 실체를 어느 정도는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짧게는 하반기’라는 시기까지 언급을 한 것을 보면 적어도 그 때까지 위기설에 불을 지필 만한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인정한 듯 하다.
PF 관련 지표를 살펴봐도 당분간 위기설이 수그러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3.55%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저축은행 업권과 증권 업권의 PF 대출 연체율이 각각 11%대, 17%대로 치솟았다. 금융권은 당국의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저축은행 토지담보대출이나 새마을금고 관리형 토지 신탁 등의 수치를 합산할 경우 연체율이 더 뛸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이 내놓은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의 성공 여부도 아직은 가늠할 수 없다.
최대한 불안을 조성하지 않고 위기를 관리하고자 하는 당국의 입장도 안다. 다만 ‘별 문제가 없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눈에 보이는 환부의 상태가 악화하면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게 환자의 심리다. 국민을 안심 시킬 정밀한 진단 결과와 효과 있는 처방을 통해 이 원장의 기대처럼 올해 안에 위기설이 사라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