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취임 100일을 맞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경영 목표는 본업 경쟁력 및 수익성 강화다. 목표 달성을 위해 변화와 쇄신을 주문하며 스스로도 골프와 SNS를 끊고 경영에만 몰두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기반으로 벌써부터 CJ그룹과의 전방위 협업 제휴 등 성과물도 내놓고 있다. 향후 과제로는 실적 개선과 주가 회복이 꼽힌다.
14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부회장직을 맡은 지 18년 만인 올해 회장직에 오른 정 회장은 1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신세계그룹은 취임일인 3월 8일 정 회장의 승진 인사와 관련해 “경쟁이 치열해진 유통시장에서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 회장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환경을 정면 돌파하려 한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실제 정 회장 취임 이후 의사 결정은 더욱 빠르고 과감해졌다. 이마트 희망퇴직 실시가 단적인 예다. 점포별이 아닌 전사적인 희망퇴직은 이마트가 1993년 설립된 이래 처음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2011년 인수한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인수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취임 첫날 소집한 그룹사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밝힌 성과 중심의 수시 인사 방침은 천명 후 얼마 안 돼 현실화했다. 3월 26일 주주총회에서 3년 연임이 결정된 정두영 전 신세계건설 대표를 주총 후 일주일 만인 4월 2일 전격 경질하기도 했다.
이달 초 사촌지간인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CJ그룹과 맺은 전방위 협업 제휴에도 정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 회장은 이외에도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4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의 합병을 결정했다. 이달에는 재무적투자자(FI)와 얽혀 있는 쓱닷컴 1조 원대 풋옵션 관련 합의도 이끌어냈다.
정 회장의 공식 취임일은 3월 8일이지만 실질적으로 그룹을 진두지휘하는 회장 역할을 맡은 시점은 지난해 11월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1월 기존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개편하며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정 회장은 당시 부회장으로서 경영전략실 회의를 주재하며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조직, 시스템, 업무 방식까지 다 바꿔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일부 성과는 수치로도 입증됐다. 이마트는 연결 기준 올 1분기 매출 7조 2067억 원, 영업이익 471억 원을 올렸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5% 수직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85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장 취임 후 거둔 첫 분기 실적 ‘성적표’로 흑자 전환을 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