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제4이통사 출범 무산…거세지는 '정부 책임론'

스테이지엑스 제4이통사 후보 자격 취소

"당초 사업계획과 자금조달 상황 달라"

'사업자 등록 후 추가 유치' 계획 인정 안해

서상원 대표 "서류에 명시한 내용, 판단 납득 안 돼"

재무건전성 사전검증 않고 총선 전 홍보에만 급급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시장 과점을 깰 네 번째 사업자 유치에 또 한번 실패했다. 올 초 제4이동통신사 후보로 ‘스테이지엑스’를 선정하고 사업자 등록 절차를 준비해왔지만 해당 후보가 사업을 벌일 재정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뒤늦게 판단했다. 정부가 4월 총선 직전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가 이후 사실상 손놓고 있는 여러 통신비 관련 정책처럼, 제4이통사 유치 역시 제대로 된 사전 검증 없이 ‘보여주기식 성과내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사 후보 자격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테이지엑스는 1월 입찰 경쟁을 통해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할당받아 제4이통 사업을 벌일 후보 업체로 선정된 후 자금 조달, 주주 구성과 지분 비율 등 사업 계획을 담은 서류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하고 심사를 받아왔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스테이지엑스의 자금 조달 현황이 당초 계획과 다르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스테이지엑스는 입찰 경쟁에 참여하며 자본금 205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야놀자와 더존비즈온을 통해 총 500억 원을 확보했고 제4이통사로서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총 2000억여 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사업자 적격 여부를 검증하는 지금 당장 자금 조달이 완료돼 있어야 한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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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는 주주구성도 문제삼았다. 스테이지엑스는 최대주주인 알뜰폰(MVNO) 업체 스테이지파이브를 중심으로 야놀자, 더존비즈온이 주주로 합류했고 협력사인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 신한투자증권,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중 일부도 투자 논의를 진행해왔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분 5% 이상 주요주주 6개사를 사업계획서에 적어냈지만 이 중 자본금 납입이 이뤄진 곳은 스테이지파이브뿐이다. 야놀자와 더존비즈온도 투자금 납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과기정통부는 이들을 주주로 인정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자본금이 적절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주파수 할당대가 납부, 설비 투자, 마케팅 등 적절한 사업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며 “장비제조사 등 협력사, 투자사, 이용자 등 향후 예상될 수 있는 우려사항도 고려해야 하는 사항으로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이에 행정절차법에 따라 청분을 거쳐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스테이지엑스는 과기정통부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도 행정 절차를 준수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업 인가 후에 (자본금을) 납입한다는 내용이 (사업계획서에) 명시돼 있는데 몇 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과기정통부는) 그게 잘못됐다고 하고 있다”며 “취소 사유를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히 관련 절차를 진행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의지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갖고 있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과거 7번의 유치 실패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재무건정성을 검증하지 않고 스테이지엑스를 제4이통사 후보로 선정했다. 이에 일각에선 과기정통부가 후보 선정 단계에서의 사전검증을 통한 문제 제기 및 해결을 하지 않은 채 정책의 중간 성과를 홍보하는 데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3월 28일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을 통해 “신규 사업자의 등장을 지원해 통신시장의 요금‧품질‧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1차 주파수 할당대가 납입 등 제반 절차를 완료하면 주파수할당 통지 및 기간통신사업 등록이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부처의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4월 총선 직전 단말기유통법 폐지, 번호이동 지원금인 전환지원금, 통신 3사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 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총선 후인 혀재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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