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의 심각성이 확인되면서 정부도 본격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는 다양한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며 러시아 측에 선을 넘지 말라고 재차 경고했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미국·일본 외교장관과 연쇄 통화를 하고 북한에 대한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21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수위와 관련해 “구체적인 무기 지원 방안은 러시아 측이 어떻게 응해 오는지에 따라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러시아가 북한과 경제·군사적 거리를 두는지, 협력을 하는지를 보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미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내보내는 데 필요한 법적·행정적 절차의 검토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간 우크라이나에 전투식량, 방탄복, 방독면, 응급처치 키트 등 비살상·인도적 물자만 지원했다. 무기의 경우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미국에 포탄을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일종의 ‘우회 지원’만 해왔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한다면 현재 우회 지원 대상인 155㎜ 포탄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부는 교육 훈련 지원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적 지원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미국·일본과 상황을 공유하고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20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를 하고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어떠한 협력도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한미가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주도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자”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도 이에 “한국의 대북 독자 제재 및 대러 수출 통제 품목 신규 지정 등의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며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어떠한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해나가자”고 답했다. 또 “미국도 북러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도 시사했다.
양측은 북한의 대남 도발과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해 공조를 유지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해 확장 억제력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조 장관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도 통화를 했다. 양측은 북러 조약이 양국 안보와 한반도 평화·안정에 중대 위협이 된다고 규정하고 엄중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앞서 조 장관은 안보리에서 북러 조약에 대한 언론 질의에 “상임이사국 스스로, 채택에 동의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것을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러시아를 직격했다.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살얼음판을 걷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달 말 한미일 ‘프리덤 에지’ 연합훈련이 예정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해 북러도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지난달 북한이 발사에 실패한 정찰위성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고, 북한은 추가로 위성 발사를 감행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핵·미사일 등 첨단 군사기술 이전에 나선다면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며 맞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다음 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북러 조약에 대한 단호한 목소리를 끌어내 북한과 러시아에 경고해야 한다”며 “북러 결탁을 탐탁지 않게 보는 중국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버릴 수 없고 유럽연합(EU)마저 등을 돌린다면 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이 한국을 비롯해 서방과 관계를 이어갈 의지가 강한 만큼 중국을 활용해 북러 밀착과 군사기술 이전 등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