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인 프랑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가 오는 30일 치러지는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이 집권할 경우 히틀러가 당선된 1933년의 독일처럼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도운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도박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비판했다.
21일(현지시간) 보도된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과 인터뷰에서 아탈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결정과 총선 전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으로 RN이 집권하더라도 수권 능력을 증명하지 못할 것이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계산에 "우리는 1933년에 이런 종류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목도했다. 이런 방식이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다"라며 독일 나치의 사례를 들었다.
이어 "그들은 공공 재정 감사에서 매우 엄격한 평가를 할 것이고 그 결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라며 "여론의 일부가 지지하고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 이민 문제에 관해 매우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RN의 집권 시나리오 가운데엔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 추방 절차 단축, 속지주의 폐지 등의 조치가 담겼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전날 경제인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6개월 동안 실직 상태인 외국인은 출신 국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탈리는 "RN은 세금을 다소 인상하겠지만 지지층의 눈치 탓에 많이 올리진 못할 것"이라며 "이후 이 사태(재정 부족)에 대해 마크롱을 비난하고, 프랑스 국민을 내세워 '우리에게 권력을 줬지만 통치할 수단이 없으니 모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30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RN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여론조사 기관 IFOP가 공개한 설문 결과 프랑스인의 34%가 오는 30일 1차 투표에서 RN이 이끄는 우파 연합을 찍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RN의 뒤를 이어 좌파 정당 연합인 신민중전선(NFP) 지지율은 29%로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과 연대 세력인 앙상블의 지지율은 22%로 3위에 머물렀다.
아탈리는 다만 RN의 실질적 리더이자 2027년 대선 후보로 나설 마린 르펜 의원의 입장에선 바르델라 대표가 총리로 정부를 통치하는 것을 전적으로 바라진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바르델라 대표가 정부 운영에 실패하더라도 르펜 의원에겐 불리하고, 그 반대더라도 썩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르델라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다.
아탈리는 이런 미래를 피하려면 "3자 대결 상황에서 RN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유리한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좌파 사회당 성향인 그는 극우나 극좌 정당의 극단성을 경계하며 "원활한 의회 운영을 위해선 가능한 한 적은 수로 극우·극좌 의원을 선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과거 마크롱 대통령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에게 소개하며 마크롱의 정계 입문을 이끌었다. 마크롱이 대권에 도전할 때도 조력자 역할을 했다. 마크롱 대통령과는 대통령이 2004년 국립행정학교를 졸업한 뒤 일명 '아탈리 위원회'로 불린 성장촉진위원회에서 잠시 일할 때 아탈리와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의회 해산 결정에 대해선 "거대한 희극이자 최악의 방식으로 내려진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아탈리는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보좌진을 탓할 수는 없다"며 "그런 참모들을 선택한 대통령을 탓해야 하고 그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도록 이끌었대도 그것은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아탈리는 '더 나은 미래', '미래의 물결', '인간적인 길', '마르크스 평전' 등 수십권의 책을 집필한 세계적 석학이다.
1974년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사회당 당수의 경제고문으로 정치에 뛰어들었고 미테랑 대통령 취임 후엔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를 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