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양자 과학과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기술 동맹’을 강화하기로 했다. 반도체에 관한 양국의 협력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30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따르면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은 27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제3회 한미 첨단산업 기술협력포럼’ 행사에서 “양자 과학과 생명공학·AI 등과 같이 중요하고 새로운 기술이 세계경제의 미래를 주도하고 있다”며 “(미국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하고 새로운 기술에서 동맹국들과의 상업적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KIAT가 2022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한미 첨단산업 기술협력포럼은 이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미 일정에 맞춰 열렸다. 한미 양국은 AI와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방안과 함께 바이오 제약 혁신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동맹국들과 신뢰할 수 있는 기술 생태계를 육성하는 방안도 모색했다. 미 상무부는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한국의 산업부가 가장 민감한 기술을 보호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이중 용도 품목 수출 통제와 관련해 꾸준하게 회의를 개최해왔다”며 “(일부 국가의) 경제적 강압과 싸우며 악의적인 행위자들이 민감한 상품과 기술을 쓰는 것을 방지해 국가안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두 나라의 교역과 투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의 1~5월 대미 수출액이 532억 달러(약 73조 5200억 원)로 중국(527억 달러)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2002년 이후 22년 만에 연간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추월하게 된다.
FDI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 직접투자 통계를 보면 지난해 대미 투자액은 277억 달러(43.7%)로 가장 많았다. 2000년대 40%에 육박했던 대중 투자 비중은 지난해 2.9%(19억 달러)로 캐나다·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뒤진 7위에 그쳤다.
상무부는 미국 대학과 한국 기업 사이의 협력 사업인 ‘글로벌산업기술협력센터(GITCC)’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GITCC는 차세대 산업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한국 기업과 글로벌 연구기관 사이의 연구개발(R&D) 확대 및 인력 교류를 지원한다. 미국에서는 퍼듀대와 존스홉킨스대·예일대·조지아공대 등이 지정돼 있다. 한국 정부 등은 올해 575억 원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GITCC 운영 및 공동 R&D에 총 684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행사에서는 GITTC 연구진과 국내 공공연구소가 참여한 기술협력 세미나(Tech Talks)와 함께 한미 양국의 국제 공동 R&D 사례도 소개됐다. 이철승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수석은 “차세대 3차원(3D) 유리 인터포저(중간 회로 기판)용 전기적·기계적 고신뢰성 제조 기술 개발이 목표”라고 발표했다. 그는 “유리 기판 기술이 최근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최대 화두”라며 “기술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원천 기술과 노하우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양지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의 협력을 통해 친환경 하이브리드 반도체 소재를 기반으로 M3D(반도체 소자를 위로 층층이 쌓는 기술)을 활용한 SWIR(단파 적외선) 이미지 센서의 기초 기술을 확보하겠다”며 “디스플레이 내 3D 센싱, 에너지 수확, 자율주행차, 방위산업,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