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국회 본회의에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보고되기 전 자진 사퇴했다. 탄핵 추진이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방통위의 활동을 들여다 보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말 취임한 후 6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민주당이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이달 3~4일 중에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이에 김 위원장의 탄핵 절차가 시작되기 전 사퇴로 탄핵안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자 고육책으로 사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8월 12일 임기가 만료되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등 공영방송 3사의 이사진 교제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탄핵안이 통과돼 헌법재판소에 접수되면 김 위원장은 최장 180일간 직무가 정지돼 방통위는 장기간 식물 상태에 빠진다. 김 위원장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퇴에 대해 “방송·통신 미디어 정책이 장기간 멈춰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곧 후임자를 지명할 방침이다.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로는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달 말께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사의 수용 직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갈등과 대결의 정치가 반복되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탄핵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물러난 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사퇴에도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보고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등 7개 야당은 ‘언론 장악 국정조사'를 추진하며 역공세를 펼쳤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김 위원장의 사퇴에 “헌법이 입법부의 탄핵소추권을 부여한 뜻과 절차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