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세이돈 923, 대한민국의 바다를 수호하기 위한 P-8A의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바람. 포세이돈 923출동.”(신원식 국방부 장관)
“라저(Roger), 장관님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적 잠수함 식별시 즉각 수장시키겠습니다.”(P-8A 조종사 이성희 해군 소령)
4일 경북 포항 소재 해군항공사령부에서 신 장관의 지시에 따라 첫 비행에 나선 ‘포세이돈 P-8A 923호기’가 임무 수행을 위해 활주로를 내달려 힘차게 이륙했다. 현존 최강의 해상초계기 포세이돈 P-8A는 바다 위를 빠르게 비행하며 적 잠수함을 찾아내 공격할 수 있어 ‘잠수함 킬러’로 불린다.
해군이 6월19일과 30일에 각각 3대씩 들여온 미국 보잉사 제작 P-8A 인수식을 이날 해군항공사령부에서 거행하고 국내 언론에 육중한 모습을 첫 공개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인수식에서 P-8A 6대를 P계열 해상초계기 기종번호인 ‘9’에 도입 순서에 따른 일련번호 두 자리를 붙여서 각각 921, 922, 923, 925, 926, 927호기로 명명했다.
P-8A는 기체 길이 40m, 폭 38m, 높이 13m에 달하며, 터보팬 엔진 2개를 장착해 시속 900㎞ 이상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적 잠수함의 신호를 탐지·식별·추적할 수 있는 음향탐지부표 120여 발도 장착하고 있다. 어뢰를 탑재해 수중 잠수함도 타격하고 해상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공대함 유도탄도 탑재해 적 수상함에도 공포의 대상이다.
내부에는 각종 첨단 장비도 즐비하다. 최신예 해상초계기답게 수백㎞ 떨어진 해상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장거리 X-밴드 레이더는 물론 수십㎞ 거리 표적을 고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는 디지털 전자광학(EO)·적외선(IR) 장비 등 고성능 감시정찰 장비와 전자전 장비도 탑재했다. 현재 운용 중인 해상초계기 P-3보다 빠르고 작전반경이 넓고 탐지 능력도 뛰어나 해군의 항공작전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P-8A 923호기가 날개를 펼치고 대한민국 하늘로 비상하는 순간 신 장관을 비롯한 양용모 해군참모총장,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등 군 주요 직위자와 P-8A 인수승무원, 해군항공사령부 장병 등 200여 명에게서 일제히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2018년 9월 국내 도입이 결정돼 미국 보잉사가 작년까지 한국 해군 납품용으로 6대를 제작했다. 국내 인수 및 운용 요원들은 미국 현지에서 1년 4개월 동안 운용 교육을 받은 뒤 지난 6월에 6대를 모두 국내로 가져오기까지 6년 여 기간이 걸렸다.
특히 P-8A 포세이돈을 운용하는10여개도 안되는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대한민국은 자국 정비능력을 갖춘 상태로 P-8A 포세이돈을 도입한 유일한 국가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P-8A 포세이돈이 성공적으로 도입이 완료되기까지 알려지지 않은 ‘3가지 비하인드 스토리’ 있다.
가장 먼저 이번 대한민국의 P-8A 포세이돈 도입에 대해 미 정부에서도 FMS(Foreign Military Sales·해외군사판매) 교육훈련의 새로운 이정표를 찍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비하인드는 부족한 예산 난관에서 시작한다. 최초 교육훈련 분야 배정된 예산의 범위가 미국과의 협상 정에서 요구 사업비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한미는 협의를 통해 사업비 감액 방안에 대해 검토했다. ‘해상초계기-II 사업’을 주관한 방위사업청은 내부 검토를 통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미국에게 제안했다. 해군 정비교육을 받는 정비사의 현지 OJT기간 연장 및 미 정부와 교육훈련업체 간 직접 계약을 제시했다.
통상 미 정부에서 보잉사를 통해 교육훈련업체와 계약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미 정부에서 ASEC 교육훈련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을 채택해 교육훈련비를 대폭 감액했다.
이를 통해 추가 증액 없이 교육훈련을 이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해군 정비사 교육 후 인수된 우리 항공기를 이용해 현지 OJT를 통한 정비능력 습득 및 사업비 감액도 이뤄냈다. 결과적으로 우리 인력의 정비능력 향상의 결과까지 얻는 일거양득의 해법이 된 것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국내 이송 첫날부터 우리 해군이 직접 운행하며 직접 정비를 할 수 있는 FMS 첫 구매국이 됐다”며 “P-8 구매국인 경우 자국으로 인수한 4~5년이 경과해도 자국 정비능력을 갖추지 못해 제조사 인력이 정비지원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 정부에서도 FMS교육 훈련의 새로운 이정표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한국의 도입 사례를 바탕으로 타국FMS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모범사례로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탑재 장비에 대한 미 정부의 수출승인 과정에서 해군참모총장과 방위사업청장의 ‘서한’도 빛을 발휘했다. 탑재해야 할 장비의 미 정부 수출승인이 장기화 되고 지연되자 수출승인(E/L)을 위해 방사청은 미 정부 고위인사들을 직접 접촉해 대면회의를 수차례 가졌다. 특히 해군참모총장과 방사청장도 서한을 보내고 실무급 협의를 주도하며 다각적인 협조를 구해 결국 미 정부로부터 적기 수출 승인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미 정부 고위급 인사들에게 한국의 수출승인을 독려하는 기념품(한국펜에 수출승인 기원 문구)를 제작해 직접 선물하고 협조를 구하는 외교적 센스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 해군에 대한 탑재장비 수출승인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적기 수출승인을 받는데 한몫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펜데믹’이 발생하면서 생산업체 및 협력업체의 부품수급 등에 문제가 생겨 일부 장비들의 납기들이 계속해 연장돼 자칫 사업의 장기화를 초래할 위기에 처했다.
이 때도 역시 미 정부에게 납기 지연품목에 대해 해군참모총장과 방사청장이 ‘자필 서신’과 함께 미정부 대면회의 등 적극적인 노력으로 한국 해군의 장비의 생산 순서를 앞당겨서 최초 납기가 더욱 빨라지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한다.
강중희 방사청 항공기사업부장(준장)은 “우리 항공기를 이용해 미국현지에서 조종사, 승무원, 정비자 교육훈련을 실시했고 해군 조종자들이 직접 국내로 이송해 영광스런 인수식을 거행하게 됐다”며 “우리 해군의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은 앞으로 전력화 과정을 통해 전비태세를 완비하게 갖춰 가장 높은 곳에서 대한민국 바다를 수호하는 한국형 구축 체계 최선봉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해상초계기-II 사업을 주관한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코로나 등 어려운 여건 속 하에서도 P-8 인수를 위해 노력해 주신 미 정부와 보잉사와 멀리 타국에서 장기간 교육훈련을 받은 해군 교육생을 비롯한 한국 해군 관계자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며 “세계 최강 해상초계기 P-8 포세이돈의 인수로 신속대응능력 향상과 대잠 탐색능력, 표적식별 강화로 효과적인 영해 수호의 핵심전력으로 거듭나기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