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파트너십·현지 투자 유치…스타트업, 달라진 일본 진출 공식 [지금 일본에선]

원티드랩, 라프라스와 파트너십 체결

채용 수수료 30% 일본 HR시장 공략

7월 4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IVS 2024’ 컨퍼런스에서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적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7월 4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IVS 2024’ 컨퍼런스에서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적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성공 방정식이 진화하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가급적 감추면서 철저한 현지화로 승부를 봤다면 최근에는 동종 업계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거나 현지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받는 등 현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원티드랩은 현지 파트너사인 IT 인재 커리어 매칭 기업 라프라스와 함께 최근 교토에서 열린 일본 최대 스타트업 컨퍼런스인 ‘IVS 2024’에 참가했다. 앞서 원티드랩은 라프라스에 AI 기술 및 채용당 과금 비즈니스 모델을 이식하고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합격 수수료는 양사가 나눠서 갖는 구조다.

컨퍼런스 현장에서 만난 강철호 원티드재팬 대표는 “그동안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현지 컨퍼런스에 참가했지만, 일회성 발표나 이벤트를 벌인 뒤 반응이 미지근하면 일본 진출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7년 넘게 현지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어본 결과 결국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현지 업체를 발굴해 각자 잘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일본에서 살아남는 방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 행사에서 커리어 네트워킹 세션을 처음 운영했는데, 약 100개의 현지 기업이 참가할 정도로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워 내부적으로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원티드랩은 HR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겠다는 각오다. 일본 HR 시장은 라쿠텐 등 대기업이 오랜시간 장악한 결과 채용 수수료가 30%대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채용 수수료는 5~7%에 불과하다. 시장 조사 기관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HR 시장은 2018년 6조 3889억엔에서 2023년 9조 9107억엔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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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는 “일본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책 등에 따라 현지 벤처·스타트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기업인들은 인재 채용이 가장 큰 문제라고 호소할 정도로 HR 시장은 혁신의 여지가 큰 상황”이라며 “라프라스의 풍부한 인재풀과 현지 네트워크에 더해 원티드랩의 AI 매칭 기술이 접목되면 현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른 업종에서도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트래블테크 기업인 캐플릭스, 에이지엘 등은 일본 상장기업인 인바운드플랫폼과 계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뛰어들었다. 라이브 커머스 솔루션을 운영하는 그립컴퍼니는 4만5000명의 인플루언서에게 홍보를 의뢰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을 보유한 토리도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과거와 다르게 일본 현지 투자 유치의 길이 넓어진 것도 이전과 달리 새로운 성장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공동벤처펀드의 운용사인 헤드라인 재팬의 토시아키 시마카와 대표는 “한국은 어느덧 성숙기에 진입해 대부분 기업인들이 처음 설립할 때부터 ‘본 투 글로벌’을 지향하는 만큼 딥테크 등의 분야에서 기술 잠재력은 있지만 경영에는 미숙한 일본 스타트업과 협력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며 “한일 양국이 공동 벤처펀드를 만든 사례에서 보듯이 양국의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기회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벤처투자는 일본 VC인 글로벌브레인과 함께 최초로 한일 역외펀드를 조성해 화제를 모았다. 키라보시 금융그룹, KT, 디캠프 등 출자기관(LP)로 참여했다. 최근에는 정부의 글로벌 펀드 출자사업에도 선정됐다. 양 사는 50억엔(약 430억원)까지 규모를 키울 예정으로, 일본 내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글·사진(교토)=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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