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총선 패배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극우와 극좌 등 양극단을 제외한 ‘광범위한 연합’을 제안하며 주도권 찾기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프랑스 국민에 보내는 공개 서한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과반을 넘은 정당이나 동맹이 없었기에 “아무도 승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선거의 진정한 메시지는 프랑스 국민들이 극우정당인 국민전선(RN)이 이끄는 정부를 강력하게 거부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 “공화주의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국가를 위한 확고한 다수 구축을 위해 진정성 있고 충실한 대화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변화와 권력 공유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명한 요구가 드러난 이번 선거의 특성상 (집권당은) 함께 통치할 ‘광범위한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극우와 극좌 양측 모두 집권 다수당에서 배제하는 공화주의 연정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1당 자리는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에 내줬지만 연정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신의 정책과 상반되는 세금 및 경제 정책을 내세운 NFP와의 ‘동거 정부’를 어떻게든 피하기를 원하는 마크롱의 속내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NFP는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린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안을 되돌리고 부유세 등을 신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서한은 지난 총선에서 1당이 된 NFP와 3당인 RN 모두 반대할 것이 분명한 만큼 연합정부 구성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극좌파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대통령은 관례적으로 가장 많은 의원을 보유한 정당에 정부 구성을 요청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NFP에서 총리를 선출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반발했다. NFP는 마크롱 대통령이 가브리엘 아탈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총리직 유지를 요청한 것을 놓고도 그가 NFP 총리를 임명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RN의 마리 르펜 의원 역시 엑스(X) 계정을 통해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마크롱 대통령은 사흘 전 자신이 당선되도록 기여한 극좌를 저지하라고 제안하고 있다”며 “이 서커스는 비열해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 세력이 서로 존중하면서 차분히 타협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금 더 주겠다는 뜻”이라며 “그때까지 현 정부는 계속해서 책임을 다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고 서한을 통해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