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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제한 완화에…신당·해방촌 재개발 '탄력'

신당9구역, 정비계획 7→15층

'규제에 잇단 무산' 12구역 숨통

용산2가선 신통기획 동의서 받아

"투자 유의…심의 가능성 따져야"

서울 중구 신당9구역내 주택들 사이로 보이는 가파른 계단의 모습. 사진=김태영 기자서울 중구 신당9구역내 주택들 사이로 보이는 가파른 계단의 모습. 사진=김태영 기자




열악한 주거 환경에도 남산 주변 고도지구로 묶여 정비가 어려웠던 서울 중구 신당동, 용산구 해방촌 일대에 재개발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30여 년 만에 고도 제한이 완화되면서 15층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15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정비계획의 층수를 최고 15층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당동 432-1008번지 일대 1만 8653㎡ 면적의 이 구역은 지하 5층~지상 7층, 7개 동, 315가구 규모로 타운하우스 형식의 단지를 짓는 내용의 건축 계획을 수립한 상태였다. 이후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시공사 선정 입찰을 네 차례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신당9구역은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과 가까운 데다가 맞은 편엔 중구의 대장 단지인 남산타운 아파트도 있어 입지가 좋지만 건물을 높이 올릴 수 없어 사업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난달 27일 서울시의 고도지구 전면 개편안이 시행되면서 활로를 찾았다. 개편안에 따라 다산동·신당동·후암동·용산동2가 등 일부 지역과 역세권은 정비 사업을 진행할 경우 시 자문을 거쳐 최고 45m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한 층 높이가 약 3m임을 감안하면 15층 건축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50여년 간 신당9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김 모(72)씨는 “맞은편에 (남산타운처럼) 높은 아파트가 있는데 여기는 개발을 못 하는 게 이해가 안 갔다”며 “동네가 워낙 오래되고 누수 같은 문제도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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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9구역의 북동쪽에 붙어 있는 가칭 신당12구역도 지역 정비의 희망을 다시 키우고 있다. 신당12구역은 지하철 3·6호선 약수역부터 신라호텔 뒤편 다산성곽길까지 아우르는 약 7만 3000㎡ 면적의 넓은 지역으로, 2022년 시의 소규모 정비 사업 모델인 모아타운을 추진했지만 고도 및 성곽 관련 규제가 많아 대상지로 선정되지 못했다. 이후 시의 고도제한 완화 방침이 구체화되자 신당12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구에 국토교통부의 공공재개발 사업인 ‘3080+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신청서를 제출했다.

영일영 신당12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우리 지역은 경사가 심하고 길이 좁아서 불이 나거나 눈이 쌓이면 소방차가 못 올라갈 정도”라며 “고도 제한 때문에 재개발이 매번 무산되다보니 주민들도 자포자기 상태였는데 이제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시한이 올해 9월까지인 만큼 공공주택특별법이 개정돼야 실질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현재 국회에 일몰 기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중구청도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해방촌이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진 용산구 용산동2가에서도 재개발 움직임이 한창이다. 주민들은 용산1구역, 용산3구역, 용산4구역, 남산1구역이라는 가칭으로 용산동2가를 네 개 구역으로 나눠 이달 초부터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신청 동의서를 받고 있다. 용산1구역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접수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인데도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이 조만간 30%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8월까지 70%를 채워 9~10월 중 신통기획 후보지 모집에 신청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근 후암동 30-2번지 일대의 동후암1구역은 기반시설이 열악한 점 등을 인정받아 지난달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다.

전문가들은 고도 제한 완화 지역마다 남산과의 거리, 대지 높이, '신축 쪼개기' 여부 등이 다른 만큼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높이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이는 시 심의를 통과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신당동은 남산과 비교적 떨어져 있고 지대도 낮아 고도제한 완화가 호재는 맞지만 남산과 가까운 지역들은 시 심의가 더 깐깐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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