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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인데 투자는 눈덩이…엘앤에프, 3000억 영구채 발행 추진[시그널]

◆엘앤에프, 잇따른 자금 조달

적자 늪에도 '2차전지 회복' 대비

대구 신공장 건설에 2.5조 필요

EB 6600억 이어 이번엔 영구채

최대주주 지분 낮아 경영권 촉각

엘앤에프 대구 본사 . 사진제공=엘앤에프엘앤에프 대구 본사 . 사진제공=엘앤에프




2차전지 소재기업 엘앤에프(066970)가 최대 3000억 원의 영구채 발행 준비에 착수했다. 최근 적자 폭을 키우고 있음에도 대규모 투자가 절실한 만큼 자본시장에 다시 한 번 손을 내미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엘앤에프의 자금 조달 여건이 빡빡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 조달이 이뤄지고 있고 최대주주 지분율은 14%대로 낮아 향후 경영권 변동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최근 국내 대형 증권사들과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을 위한 협의에 나서고 있다. 이번 영구채는 최소 30년 만기로 국내 발행이 유력하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공장 증설 등에 투입할 자금 확보 목적”이라며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정돼 부채 관리에 적합하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엘앤에프는 올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240%를 넘어섰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캐즘 현상이 두드러지면서다.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실적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엘앤에프도 지난해 연간 2223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로 전환했다.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 2038억 원을 냈다. 상당한 침체에 빠져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재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언제 펼쳐질지 모르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공장 증설은 필수다. 실제 엘앤에프는 지난해 말 대구국가산업단지에 2차전지 소재 클러스터를 신규 조성해 2조 5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앞서 지난해 상반기 싱가포르에서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도 했다. 당시 EB의 만기는 7년, 5억 달러(약 6600억 원) 규모였다. 원래 4억 달러 발행을 계획했는데 전기차 수요에 대한 시장 확신에 힘입어 기관 수요가 몰렸다. 이에 발행 물량을 늘리는 한편 교환가액도 당시 시가 대비 30% 높은 43만 8000원으로 할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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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번 엘앤에프의 영구채도 완판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실적 회복이 요원한 데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언제 펼쳐질지 예측도 쉽지 않아서다.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엘앤에프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약 33% 감소한 3조 873억 원, 영업손실은 전년과 비슷한 2212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대목은 주가가 1년 전 대비 반 토막 난 12만 원대까지 밀리면서 수요가 많을 수 있다는 점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엘앤에프의 대규모 투자가 확실한 수익으로 돌아올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EB 교환가액과 비교하면 최근 시가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엘앤에프의 최대주주인 새로닉스(14.31%) 지분율이 높지 않아 결국 회사 경영권이 매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발행한 EB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약 4.2%로 적지 않은 편이다. 앞서 발행해둔 미상환 CB도 1000억 원어치 남아 있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지분율이 65%에 달하는 만큼 최대주주의 경영권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IB 전문가 사이에서는 배터리 소재 산업에 관심이 높은 국내 그룹사들이 엘앤에프의 경영권을 노릴 수 있다는 말들이 꾸준히 흘러나온다. 새로닉스의 최대주주인 허제홍 현 엘앤에프 이사회 의장이 범 LG·GS가(家) 사람이라는 점도 주목받는다. 엘앤에프가 보유한 자사주(7.55%)를 외부에 매각할 가능성도 거론돼 왔다.

IB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회사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계속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적자가 커 채권 조달은 어려운데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고려하면 자본 조달도 갈수록 힘든 상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배터리 산업에 관심이 높은 GS와 LS, LG그룹 등이 인수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충희 기자·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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