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지목됐다. 조 청장은 경찰 내부에서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힌 만큼, 경찰 내부에서는 조 청장이 부임한 이후 민생범죄 척결과 법 질서 확립, 피해자 보호 등의 과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조 청장은 지난 17일 경찰위원회 임명제청동의임시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일부 경찰청 관계자들에게 향후 과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이 꼽고 있는 경찰의 주요 향후 과제는 △법질서 확립 △피해자 보호 △민생침해 사기범죄 척결 등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조 청장은 법 질서 확립을 중요 차기 과제로 꼽았다. 조 청장은 대상과 관계 없는 동일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청장은 지난 2월 서울경찰청에서 진행된 정례기자간담회에서도 민생치안과 총선과 더불어 법 질서 확립을 상반기 치안정책의 핵심으로 꼽은 바 있다.
피해자 보호 또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청장은 여성·청소년 관련 기획 업무와 비행예방대책, 지도단속 등을 담당하는 ‘여성청소년과’에 특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과거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을 역임한 바 있다. 조 청장은 관계자들에 범인 검거 과정에서 간과될 수 있는 피해자 보호를 철저히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보이스피싱, 투자리딩방 등 민생 침해 사기 범죄에 대한 철저한 대응도 주문했다. 지난해 잇따라 발생한 흉기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 등 민생 치안을 위협하는 범죄도 횡행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조 청장은 17일 경찰위 회의를 마치고 나와 “악성사기나 마약, 도박 같은 현재 조직화되고 있는 범죄에 대해 생각과 대책을 얘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사와 관련해서도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현재 경찰은 정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해 집단 행동에 나선 의료계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으며, 고례제약 리베이트 건 등 의약품 관련 사건들도 진행 중이다. 경찰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과도 관련해 임성근 전 사단장을 불송치함에 따라 조 청장은 인사청문회 때 야당의 집중 포화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과 관련된 과제도 남아있다. 지난해 경찰이 필수 과제로 꼽았던 ‘다중피해사기방지법’이 제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다중사기피해방지법은 경찰청에 소속된 사기통합신고대응원 설치의 근거가 되는 법으로, 사기 피해자들의 신고·고발을 받아 피해 의심 계좌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 ‘피해 예방’에 방점을 두고 있다. 또한 사기로 유죄판결을 받은 피의자 중 죄가 중한 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내용 등도 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제22대 국회에서 원점부터 그간 거쳐왔던 과정을 한 차례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해당 법안은 빨라야 2025년 상반기 내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조 청장을 경찰청장 후보자로 제청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조 후보자는 현장 치안은 물론 기획·인사·정보 등 정책 총괄 기능을 두루 경험하면서 뛰어난 기획 능력과 업무 추진력으로 대내외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제청 이유를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조 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인사청문회는 이달 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청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경북 청송 출신인 조 청장은 윤 청장보다 1기수 빠른 경찰대 6기로 서울 서초경찰서장,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 경찰청 차장 등을 역임해왔다. 2022년 3~5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된 바 있으며 같은 해 6월 치안감으로 승진한 뒤 6개월 만에 재차 치안정감으로 초고속 승진하기도 했다.
경찰청 차장 재직 당시 조 청장은 경찰의 대규모 조직재편을 주도해 ‘기획통’으로서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올해 1월에는 서울경찰청장으로 보임돼 현장 경험을 쌓기도 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