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신임 대표로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과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한동훈 후보가 23일 선출됐다. 올 4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103일 만이다.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몰아줬던 당심은 1년 4개월여 만에 미래 권력으로 떠오른 한 후보를 선택했다. 다만 당권 경쟁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분열을 수습하고 윤 대통령과의 갈등 해소를 통한 당정 관계 재정립은 한동훈 지도부가 앞으로 풀어야 할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후보는 이날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8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20%)를 합산한 결과 총 32만 702표(득표율 62.84%)를 얻었다. 그 뒤를 이어 원희룡 후보가 9만 6177표(18.84%), 나경원 후보가 7만 4419표(14.58%), 윤상현 후보가 1만 9051표(3.73%)를 획득했다. 이로써 절반을 훌쩍 넘긴 한 후보는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 당선을 확정했다.
한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위원으로는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후보가 선출됐다. 만 45세 미만 청년최고위원에는 올림픽 사격 4관왕 출신의 진종오 후보가 뽑혔다. 한 대표는 러닝메이트였던 장 후보와 진 후보가 최고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당 대표가 임명권을 가진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을 포함해 최고위원 9명 중 과반을 확보하게 됐다.
한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당원들과 국민 여러분은 국민의힘의 변화를 선택했다”며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와 합리적 토론을 통해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때그때 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하자”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당직 인선 시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를 등용할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우리 당에는 ‘친한’이나 ‘친윤’과 같은 정치적 계파는 없을 것”이라며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많은 유능한 분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에 대해서는 “과거 일은 묻어버리고 미래로 가야 한다”며 화합을 다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집권 여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라며 당정 일체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한 대표 등 여당 전당대회 출마자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