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결국 티몬 돈줄마저 말랐다…'셀러런' 조짐에 큐텐 풍전등화

■큐텐 '대금 지연' 사태 일파만파

전산오류 아닌 거래감소에 자금난

롯데百·현대홈쇼핑 등 잇단 철수

업계 "무리한 확장…유동성 위기"

주력 계열사마저 완전 자본잠식

상품 판매자·구매자 모두 발동동


싱가포르 기반의 e커머스 업체 큐텐과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등 계열사들의 판매자(셀러)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에 모두투어·하나투어 등 여행사를 비롯한 일부 셀러가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셀러런’ 조짐마저 나타나는 모습이다. 티몬·위메프 두 회사만 이용자 수가 869만 명에 달하고 월간 거래액이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번 사태가 몰고올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GS샵·CJ온스타일·현대홈쇼핑 등 홈쇼핑 기업들, SK스토아·공영홈쇼핑·홈앤쇼핑·신세계라이브 등 T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티몬과 위메프를 통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LF몰·아이파크몰 등도 전문몰관에서 철수했다. 여행사들도 앞서 22일 상품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돈 떼일라…셀러 이탈 가속=여행사와 유통 업체, 중소 셀러들이 이들 플랫폼에서 상품을 내리고 있는 것은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셀러런 조짐까지 보이는데 다른 판매 채널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티몬·위메프를 통해 판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큐텐이 현금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사실 지난해부터 흘러나왔다. 인터넷 카페에는 판매 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는 큐텐 입점 셀러들의 글도 수시로 올라왔다. 이와 관련해 큐텐 측은 지금까지 “지난해 5월 대금 정산 주기가 일주일에서 한 달로 바뀌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무리한 확장에 유동성 악화 관측=큐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무리한 확장이 화를 부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큐텐은 2022년 티몬, 2023년 위메프, 올해 AK몰을 연이어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특히 올 초에는 북미와 유럽에 기반을 둔 글로벌 e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1억 7300만 달러(약 2400억 원)에 품었는데 이 인수가 이번 사태의 트리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품은 주력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메프의 경우 지난해 102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티몬은 올해 4월 제출해야 하는 감사보고서를 아직까지 제출하지 못한 상태다. 티몬은 2022년 152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티몬과 위메프 모두 누적 적자가 커져 자본금을 까먹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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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간 선순환이 아닌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큐텐의 대금 정산 주기 변경과 위메프의 시스템 오류로 불거지기 시작한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급기야 티몬의 거래량까지 갉아먹었고 이 영향으로 티몬마저 자금난으로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큐텐 관계자는 “티몬의 정산 지연은 시스템 오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거래량 감소로 인한 일시적 자금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 사태가 e커머스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큐텐·위메프 거래량이 줄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e커머스와 선불 충전금 시장 자체가 움츠러들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며 “11번가 매각 작업 등에도 어느 쪽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추정액은 각각 8398억 원, 3082억 원이다. 같은 달 사용자 수는 티몬이 437만 명, 위메프가 432만 명이다.

◇여행사·소비자도 발동동=여행 업계의 연간 최대 대목인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하자 여행사들은 후속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일단 모두투어·교원투어 등 여행사들은 당장 이달 출발하는 여행 상품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8월부터 추석 연휴와 공휴일이 낀 9·10월에 출발하는 여행 상품이다. 이들 상품은 예정대로 진행될지 현재 미정이다.

여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추석 연휴가 길어 티몬·위메프를 통해 추석 연휴 기간 여행 상품을 상당 부분 판매해온 만큼 내부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구매자들에게 티몬·위메프에서 구매한 여행 상품을 환불한 후 여행사에서 재결제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티몬·위메프가 자체적으로 할인쿠폰 등을 적용해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싸게 판매해왔기 때문에 판매가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의 다른 한 관계자는 “티몬·위메프에 정산 지연을 강하게 항의하고 있지만 여행 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액수가 클 것으로 예상돼 티몬·위메프가 바로 정산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임지훈 기자·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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