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3일 개최한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62.8%의 득표율로 새 대표로 선출됐다. 최고위원으로는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후보가, 청년최고위원으로는 진종오 후보가 당선됐다. 한 신임 대표는 수락 연설을 통해 “당원과 국민들은 국민의힘의 변화를 선택했다”면서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를 통해 민심의 파도에 올라타자”고 말했다. 전당대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라며 당정 간 화합과 결속을 주문했다.
4·10 총선 참패 이후 치러진 집권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반성과 쇄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책과 비전 제시도 없었고 자해성 폭로와 막말 공방으로 얼룩졌다. 먼저 한 후보가 ‘채 상병 특검’의 조건부 수용을 주장하자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 등이 ‘배신자’라고 비난하며 거친 공방이 시작됐다. 이어 총선 전 한 후보가 김건희 여사로부터 명품 백 관련 ‘대국민 사과’ 뜻이 담긴 문자를 받고도 무시했다는 논란으로 진흙탕 싸움이 전개됐다. 급기야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의 육탄전이 벌어졌다. 막판에는 나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는 한 후보의 폭로를 놓고 설전이 펼쳐졌다. 결국 7·23 전대는 흥행에 실패해 최종 투표율 48.51%로 지난해 3·8 전대 투표율(55.1%)에도 못 미쳤다.
국민의힘은 ‘자폭 전대’에 대해 사죄하고 후보들은 서로에게 입힌 상처를 보듬어 갈등을 봉합해가야 한다. 한 신임 대표는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는 극복하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건강한 수평적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적절한 정책으로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냄으로써 집권당다운 면모를 되찾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여당이 ‘콩가루 집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거대 야당이 여권의 균열을 노려 윤 대통령 탄핵 공세와 입법 폭주에 나설 것이다. 여당이 낮은 자세로 반성하고 분열을 극복하면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뿐 아니라 생존도 어렵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은 정부와 여당이 소통과 협력으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