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들어오면서 '여기에 내 기운이 있다'고 얘기해줬어요. 분위기도 전해주고, 경기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14년 전 자신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을 제패했던 장소에서 제자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남다른 순간을 맞이한 원우영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대한민국 선수단의 대회 첫 금메달을 획득하며 원 코치는 지도자로도 올림픽 금메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2010년 11월 그랑팔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때 한국 사브르 선수 최초의 개인전 우승을 달성한 주인공이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한국의 남자 사브르 단체전 우승 멤버이기도 한 그는 14년 전 새 역사를 만든 그곳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지도한 코치로 다시 우뚝 섰다.
오상욱의 이날 금메달은 한국 남자 사브르의 사상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라 의미가 더 컸다.
결승전 후 연합뉴스와 만나 금메달 확정 순간을 떠올리며 "'덩치 큰 애'가 갑자기 안겨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떤 원 코치는 "정말 기쁘고 좋다. 장난 아니다"라며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오늘 오면서 상욱이에게 특별한 얘기보다는 '너를 믿고 자신 있게 하라'며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했다. 경기장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상욱은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와의 결승전에서 14-5까지 앞서며 이번 대회 중 가장 손쉬운 압승을 예고했으나 이후 14-11까지 쫓기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오상욱은 당시 상황에 대해 "'여기서 잡히겠어'라는 안 좋은 생각이 많이 났지만, (원우영) 선생님께서 할 수 있다고 계속 말씀해주셨다.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그렇게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 코치는 "진짜 잘해서 잘한다고 한 것뿐"이라며 "제가 겪어봐서 잘 알기에 선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서 그렇게 했다. 멘털 케어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귀띔했다. 또 "심판이 좀 흔들리고 한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그런 것도 다 예상한 거다. 쉽게 끝내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원 코치는 "오늘까지만 즐기겠다"며 31일 곧장 단체전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국은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원 코치가 힘을 보탠 2012년부터 3연패(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종목 로테이션으로 제외) 도전에 나선다. 오상욱의 개인전 금메달 획득으로 대표팀의 기세는 한껏 올랐다. 원 코치는 "막내 박상원이 오늘 개인 32강전에서 미국 선수(콜린 히스콕)를 잡으면서 우리가 기세를 한 번 꺾은 듯하다. 단체전은 정말 기세 싸움인데, 한 번 잡고 들어간 것"이라며 "단체전에서도 해내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