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이(사진) 한국세무사회장이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해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모두 낮추고 유산취득세 방식을 도입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30일 서울 서초구 세무사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번에 상속세 개편 요구가 나온 이유는 집을 한 채만 보유한 일반 국민들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현실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최고세율 과표 구간을 30억 원 초과에서 10억 원 초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최저세율(10%) 구간을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확대하는 안도 포함됐다. 구 회장은 “상속세제가 물가 수준을 반영하지 못해 과세 대상이 많이 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던 부분”이라며 “각 과표 구간을 현재의 두 배 정도로 넓혔으면 국민적 호응을 얻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사실상 최고세율 구간만 없애는 세법개정안을 내면서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반대할 명분만 만들어준 꼴이 됐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상속세 자녀공제 확대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유산세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녀 수에 따라 상속세 혜택에 차등을 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짚었다. 유산세 방식에서는 일괄 공제 확대가 논리적으로 더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구 회장은 “증여세 자녀공제는 그대로 1인당 5000만 원으로 유지해 증여세와 상속세가 불균형하게 바뀌었다”며 “국제적 추세를 고려해 배우자공제는 확대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도 개정했으면 ‘불합리한 상속세 평가 방식을 개편한다’는 명분을 달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상속세 개편 과정에서 거론돼오던 자본이득세 전환과 관련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며 “고용 유지 등 사회적 효익이 큰 중소기업 가업상속공제부터 자본이득세로 시행하고 이후 전면 도입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세무 전문가 집단으로서 세무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원하는 조세제도가 필요하다”며 “세무사회는 세무 전문가 단체로서 일반 국민들의 권리 보호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