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을 뒤덮은 “짜요(힘내라)” 구호를 뚫고 한국 탁구가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주인공은 탁구 혼합 복식 세계 랭킹 3위의 임종훈(27·한국거래소)과 신유빈(20·대한항공)이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30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 복식 3위 결정전에서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4위)를 4대0(11대5 11대7 11대7 14대12)으로 일축하고 동메달을 합작했다. 임종훈과 신유빈의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이자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서 나온 10번째 메달이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던 ‘삐약이’ 신유빈은 두 번째 올림픽 출전 만에 메달을 수확했다. 신유빈의 메달은 2008 베이징 대회(여자 단체전 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나온 한국 여자 선수의 메달이다.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임종훈은 다음 달 19일 입대 예정이었지만 이번 결과로 병역 혜택을 받으며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앞서 열린 준결승전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한판이었다.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던 임종훈-신유빈 조는 세계 최강 왕추친-쑨잉사 조(1위·중국)를 상대로 손쉽게 첫 세트를 따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2세트는 내줬지만 3세트를 따내며 다시 앞서 나갔다. 하지만 남은 세 세트를 내리 내주고 세트 스코어 2대4로 무릎을 꿇었다.
패배 후 임종훈과 신유빈은 “잘 싸웠어도 진 건, 진 것”이라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기어코 승리하며 2012 런던 대회(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한국 탁구에 올림픽 메달을 선물했다.
어릴 적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던 신동에서 ‘복식 천재’로 성장한 신유빈은 첫 올림픽 개인전 메달까지 노린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8위 신유빈은 조르지나 포타(71위·헝가리)와 31일 오후 5시 32강전에 나선다. 임종훈은 남자 단체전에서 메달 사냥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