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美 9월 금리 인하 시사…‘글로벌 피벗’ 정교하게 대비하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이후 통화정책의 전환(피벗)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연준은 7월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도 금리 인하가 적절해지는 시점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용 목표에 대한 하방 위험이 이제 실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르면 9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 잡기에 주력했던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로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위험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방향 전환으로 글로벌 통화정책의 변곡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스웨덴·캐나다는 이미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금리 인하 시기 검토’를 예고했다. 경제주체들의 부담을 덜고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융 긴축의 완화가 요구되고 있다. 문제는 금리를 인하할 경우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외환시장의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디플레이션과 싸웠던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 자금이 이탈해 글로벌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암살 사태로 중동이 확전 위기에 빠지면서 국제 유가가 출렁거려 물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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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금리 인하기를 앞두고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재연되지 않도록 맞춤형 정책을 세심하게 펴야 한다. 집값 상승 심리가 꺾일 수 있도록 주택 공급을 충분히 늘리는 정책을 펴면서 주거 안정 정책 대출은 조여야 한다. 두 달 늦춰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 조치는 9월부터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역대 최대 수준(2%포인트)인 한미 기준금리 차이를 감안해 환율시장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등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통화정책 피벗 시기에 경제 위기가 자주 발생했음을 잊지 말고 전반적인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정교하게 대응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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