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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낭만’ 뒤 폭탄발언 “대표팀에 실망, 같이 가기 힘들 수도”[올림픽]

■안세영 배드민턴 여자단식 28년만 金

'中다크호스' 허빙자오 2대0 제압

체력·강한 스트로크로 밀어붙여

광고 등 사양하고 훈련에만 집중

무릎힘줄 파열 딛고 그랜드 슬램

경기 뒤 “협회 부상관리에 큰 실망”

안세영이 5일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따라 부르고 있다. 파리=성형주 기자안세영이 5일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따라 부르고 있다. 파리=성형주 기자




안세영이 5일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스매시를 하고 있다. 파리=성형주 기자안세영이 5일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스매시를 하고 있다. 파리=성형주 기자


안세영이 5일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상대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파리=성형주 기자안세영이 5일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상대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파리=성형주 기자


16년 만의 한국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이자 28년 만의 단식 금메달로 최고의 순간을 맞은 안세영(22·삼성생명). 그는 기쁨에 벅찬 표정으로 시상식까지 마친 뒤 작심한 듯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해 10월 입은)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많이 실망했었어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은퇴를 시사하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셔틀콕 여왕’ 안세영은 프랑스 파리에서 진정한 대관식을 치렀다. 5일(한국 시간) 파리 아레나 포르트드라샤펠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세계 9위의 허빙자오(중국)를 불과 51분 만에 2대0(21대13 21대16)으로 제압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 단식에서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나온 올림픽 금메달이다. 우리나라 배드민턴 전체로는 2008년 베이징 대회 혼합 복식(이용대·이효정) 금메달 이후 16년 만의 경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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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그동안 ‘낭만’을 강조해왔다. “파리 올림픽을 낭만 있게 끝낼 겁니다. 올림픽 금메달은 목표인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인 만큼 모든 것을 바치려 해요.” 이미 세계선수권과 전영오픈, 아시안게임 등을 정복한 그는 마지막 단추를 야무지게 끼웠다. 배드민턴 그랜드슬램은 올림픽·세계선수권·전영오픈·아시안게임 석권을 말하거나 전영오픈 대신 아시아선수권을 넣기도 하는데 안세영은 아시아선수권은 아직 우승하지 못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식 결승 도중 무릎힘줄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도 금메달을 지켜 2관왕에 올랐지만 부상이 생각보다 커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바꾼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낳았다. 하지만 밀려드는 광고 제의와 방송 출연 요청을 모두 사양하고 재활에 매달린 끝에 결국 올림픽 금메달이 가능한 몸을 만들었다.

허빙자오는 안세영의 천적인 천위페이(중국)를 8강전에서 따돌린 다크호스였다. 4강전에서는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4위)이 부상으로 경기 도중 기권하면서 체력도 비축했다. 하지만 안세영의 현란한 경기 운영에 첫 세트부터 체력을 소진한 끝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돌아섰다.

안세영은 대관식을 치른 기쁨보다 실망감을 더 크게 표현했다. 그는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너무 크게 실망했다”며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작년 말 다시 검진해보니 많이 안 좋더라”고 돌아봤다. 지난해 10월 첫 검진에서 2주 재활 진단이 나왔으나 재검진 결과 한동안 통증을 안고 뛰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었다. 안세영은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1개밖에 안 나왔다는 것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도 했다. 협회의 전반적인 대표팀 운영까지 꼬집은 것으로 후폭풍이 예상된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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