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등판하며 MG손해보험 매각 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의 금융 전문 PEF JC플라워까지 3파전이 됐다.
8일 금융·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가 재입찰을 마감한 결과 메리츠화재·데일리파트너스·JC플라워 3곳이 참여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자본력이 뒷받침된 국내 금융지주 계열사가 인수전에 ‘깜짝’ 뛰어든 것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모든 딜을 다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딜도 가능한 모든 정보를 분석해서 가능한 범위에서 입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메리츠의 경우 그룹 내에 손해보험사가 있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MG손보 인수에 따른 수익성 효과 보다는 외형적인 성장을 노린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데일리파트너스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특화됐지만 올해 신승현 전 MG손해보험 경영총괄 사장이 합류하면서 금융업에 대한 관심을 높여왔다. JC플라워는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되면 지원금의 해외 자본 유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들 3곳을 대상으로 최종 인수 제안서 및 첨부 서류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통상 대주주적격성 심사 후 실사, 본입찰로 진행되는 매각 절차와 달리 이번 재입찰은 가격까지 모두 제시한 실질적인 본입찰이어서 우협도 속전속결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변수는 원매자들이 요청한 정부 지원금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예보는 그간 '법상 최소비용 원칙'에 따라 매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원매자가 제시한 최소비용이 예보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이후 원매자의 자금조달 능력 등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 우협을 선정한다. 만약 자금조달 능력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차순위 입찰자와 협상을 이어가게 된다.
예보는 지난해부터 세 차례 MG손보 공개 매각을 추진했으나 모두 불발됐다. 이번 재입찰에는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 외에 제3의 원매자도 들어올 수 있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실사를 하지 않고도 가격을 낸 배경이다. 예보 관계자는 “응찰사에 대한 계약 이행 능력 평가 및 예정 가격 충족 여부에 대한 검토 등을 거쳐 낙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MG손보의 재무 건전성이다. MG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은 76.9%에 그친다. 예금보험공사는 인수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식 매각 외에 우량 자산 및 부채를 선별적으로 넘기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P&A 방식을 택하면 부실자산을 모두 끌어안지 않아도 된다.
MG손보 정상화를 위해 약 1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시장에서는 예보의 경영 정상화 자금이 약 3000억~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차 매각 작업의 연장 선상이기 때문에 기업가치 평가는 바뀌지 않는다. MG손보 노조는 원활한 매각을 위해 향후 인력 구조조정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제기한 부실 금융기관 지정 취소 항소심 결과가 9월 6일 나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22년 금융위원회는 MG손보를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했고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이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딜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이 1심과 달리 JC파트너스 손을 들어주게 되면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