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부터 3타 차 추격자까지 무려 22명. 상위권이 대혼전에 빠진 가운데 최종 라운드를 맞았다. 여기에다 잠시만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역대급 더위 속 경기로 선수들은 부채부터 냉수, 얼음팩까지 들고 필드로 나섰다. 안갯속 선두 경쟁과 무시무시한 더위까지 더해져 체력과 집중력의 시험장이 된 더헤븐CC(파72)에서 마지막에 웃은 건 경험과 침착함이 빛난 배소현(31·프롬바이오)이었다.
배소현은 18일 경기 안산의 더헤븐CC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더헤븐 마스터즈(총상금 10억 원)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를 적어낸 배소현은 서어진(23·DB손해보험), 황유민(21·롯데)을 연장 승부 끝에 물리치고 시즌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1억 8000만 원이다.
2017년 데뷔한 배소현은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뒀다. 데뷔 8년 차이자 KLPGA 투어 154번째 출전 대회 만에 나온 첫 승이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린 첫 승 뒤 2승은 불과 3개월 만이자 8번째 대회에서 터졌다. 올 시즌 2승 이상은 3승의 박현경과 이예원, 2승의 박지영에 이어 배소현이 네 번째다.
배소현은 첫날 1언더파 공동 74위였다. 컷 탈락을 걱정할 처지였다. 하지만 2라운드에 버디만 10개로 10언더파 62타를 쳐 코스 레코드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오르더니 끝내 트로피까지 잡았다.
이날 승부는 배소현과 서어진의 매치플레이 양상으로 흘렀다. 11언더파 공동 선두로 출발한 둘은 7번 홀(파4)까지 나란히 2타를 줄이며 접전을 이어갔다. 8번(파3)과 10번 홀(파4)에서 서어진이 버디를 낚아 단독 선두가 됐지만 배소현이 12번(파3)과 14번 홀(파4) 버디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그 사이 앞 조에서 플레이한 통산 2승의 황유민이 버디만 6개로 6타를 줄여 배소현, 서어진과 같은 15언더파 공동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승부는 결국 18번 홀(파5)에서 치러진 3차 연장에서 마무리됐다. 1차 연장에서 배소현과 서어진은 버디를 기록한 반면 황유민은 파에 그쳐 둘의 경쟁은 2차 연장으로 향했다. 2차 연장에서 나란히 버디를 잡아 핀 위치가 바뀐 뒤 이어진 3차 연장.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러프에 빠트린 배소현은 침착한 어프로치로 세 번째 샷을 핀 2m 안쪽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서어진을 꺾고 이 대회 초대 챔피언이 됐다.
경기 후 배소현은 “첫날 1언더파를 쳐서 컷 통과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스코어였다. 이렇게 연장까지 와서 우승할 줄은 몰랐다”면서 “정규 라운드 18번 홀에서 스리 퍼트로 아쉽게 연장으로 향한 거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자신감 갖고 경기에 임해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배소현은 30대인데도 드라이버 샷 거리가 오히려 늘어 260~270야드가 넘는 장타를 뽐냈다. 서어진보다 거의 50야드를 더 보내 파5 홀에서는 어렵지 않게 2온 공략을 했다.
6타를 줄인 김민선이 4위(14언더파), 직전 대회인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자 윤이나는 마다솜, 박지영 등과 공동 5위(12언더파)다. 윤이나는 4개 대회 연속 톱 5에 들었다. 상금·대상 포인트 1위 박현경은 10언더파 공동 19위, 이예원은 6언더파 공동 42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