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석공 장인이 다보탑을 본떠 만들던 석탑의 일부가 야외에서 굴삭기 작업으로 훼손되자 약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860만 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석재 1장 제작 비용 1295만 원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9민사단독(김아름 판사)은 석공 장인 A씨가 굴삭기 기사 B씨를 상대로 9940만 원 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소송 비용의 90%는 A씨가 부담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20년 5월 4일 B씨는 경기 양주시의 한 도로에서 굴삭기로 보도블록 교체 작업을 하던 중 공사 현장 근처에 있던 A씨의 건드렸다. 이에 A씨가 석탑 제작에 사용할 석재 모서리 부분이 3㎝ 정도 파손됐다.
석공 장인인 A씨는 이 석재가 다보탑을 본뜬 석탑 제작에 사용될 문화예술품이라고 주장하면서 B씨에게 원석 구입비 3190만 원과 장인 석공 기준 노무비 6750만 원을 합한 9440만 원과 지연손해금 지급을 요구했다. A씨 측은 재판부에 "하나의 암석을 절단해 2개의 원석을 만든 후 다듬었고 일부만 수리할 경우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며 "이 석재는 문화예술품으로 A씨와 같은 문화재 수리 기능사 등 전문적 자격을 갖춘 석공이 가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 측은 "석재 모서리 일부가 파손된 것에 불과하고 모조품의 일부로 예술적 가치가 없어 수리가 불가능하지 않다"며 "석재는 완성품도 아니었고 보호장치도 없이 야외에 적치돼 있어 피고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양측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재판부는 "A씨는 문화재 수리 기능사 자격을 갖춘 조각공인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A씨가 제작한 모든 석조각이 곧바로 문화예술품으로서 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의 석재는 다보탑을 본뜬 것에 불과해 독자적 예술적 가치를 가졌다거나 A씨 고유한 창의성을 표현한 문화예술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B씨 측 손을 들어줬다. 이와 함께 A씨 측이 보호 장치 없이 석재를 도로공사 현장과 가까운 곳에 놔둬 사고 발생 원인을 제공한 점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