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간 총수출액이 1956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일본을 제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한 데 이어 수출마저 일본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상반기 수출 증가율은 9.1%로 주요 10대 수출국 중 1위로 나타났다. 중국(5.2%), 멕시코(2.6%), 미국(2.3%), 캐나다(0.2%)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3.6%)과 이탈리아(-1.1%), 독일(-1.5%), 프랑스(-2.5%) 등은 수출이 뒷걸음질 쳤다.
한국은 올해 2분기에 일본의 수출액을 뛰어넘으며 연간 수출액 역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의 2분기 수출액은 1713억 달러로 일본(1707억 달러)보다 6억 달러 많았다. 분기 수출액 기준으로 한국이 일본을 누른 것은 올해 2분기가 사상 처음이다. 앞서 1분기 수출액은 일본이 1686억 달러로 한국(1636억 달러)보다 앞섰다. 상반기 전체로는 한국의 수출액이 일본보다 35억 달러 뒤처진다.
한국의 2분기 수출이 일본을 뛰어넘은 것은 반도체 수출 호조세 덕분이다.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50.9% 급증했다. 반도체는 4개월 연속 110억 달러가 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전방산업 수요가 늘며 서버·기업용 메모리 수출이 급증한 데다 메모리 고정 가격도 두 자릿수의 상승세를 유지한 덕택이다. 무역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반도체·무선통신기기·컴퓨터 등 7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면서 “지역별로도 9대 주요 시장 중 8곳에서 수출이 증가했으니 이런 고른 포트폴리오가 일본과 차별화되는 한국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7월(14%)과 8월(11.4%) 두 자릿수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일본과 수출액 격차를 줄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한국은 올해 사상 최대치인 6960억~6970억 달러의 연간 수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연간 수출액은 6915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7173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하반기에 여러 변수가 작용할 수 있지만 현재 예상대로라면 한국의 수출액이 일본을 50억 달러가량 앞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국정 브리핑에서 “2008년 한일 수출 격차가 무려 3600억 달러에 달했고 2021년까지도 1000억 달러를 웃돌았는데, 불과 3년 만에 일본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일본의 수출 부진과 한국의 약진이 뚜렷해 올해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일본이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기계류의 부진으로 수출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며 “반면 한국은 신성장 산업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는 한일 간 수출 규모 역전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