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내 집처럼 산책도 다녀오세요”…필리핀 가사관리사와 동행 첫날

영어로 업무리스트 준비도…“분위기 좋아”

고용부, 오후 6시까지 관리사 민원 ‘제로’

국가간 협약 기간 가정-가정관리사 신뢰

업무 경계·임금 논란·가정 관리는 과제

필리핀 가사관리사인 메리 그레이스가 3일 일할 가정에 처음 방문해 아이를 안고 웃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필리핀 가사관리사인 메리 그레이스가 3일 일할 가정에 처음 방문해 아이를 안고 웃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오늘 첫날이잖아요.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할 거에요. 내 집처럼 집 안도 둘러보시고 집 밖은 어떤지 산책도 다녀오세요.”



3일 필리핀 가사관리사 A씨가 처음 방문한 서울에 있는 B 가정에서 A씨를 환영하면서 한 말이라고 한다. 모든 게 낯설게만 느껴질 A씨를 위한 배려다. C 가정에서 일하게 된 가사관리사 D씨는 영어로 쓰여진 업무리스트를 건네받았다. 한국어가 서툴 수 밖에 없는 D씨가 겪을 언어 어려움을 덜기 위해 C 가정에서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서울시와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서울에서 6개월 동안 일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시작한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가사관리사가 방문한 가정 모두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며 “내 집처럼 편하게 지내라며 음료수를 건넨 가정도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와 우리나라 가정의 동행이 시작됐다. 가정은 아이를 맡기고 관리사는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서로 간 믿음이 이 동행의 관건이다.



4일 고용부에 따르면 전일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대부분 퇴근한 오후 6시까지 가정과 가사관리사가 제기한 민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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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우리나라와 필리핀이 국가간 협약으로 업무 범위를 정했다. 정해진 업무 외 부당한 지시가 있느냐가 논란이 됐다. 일반 사업장처럼 고용부가 가정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관리감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서 일하는 가사관리사는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목욕을 시키고 음식을 먹이고 하원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어르신이나 가정의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을 해선 안 된다. 육아와 관련 없은 손걸레질, 손빨래, 장보기도 정해진 업무가 아니다. 쓰레기 배출, 다림질, 별도 식단의 어른 음식 조리를 시키면 부당 지시다.

한 필리핀 가정관리사가 3일 첫 출근한 가정에서 영어로 작성된 업무리스트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한 필리핀 가정관리사가 3일 첫 출근한 가정에서 영어로 작성된 업무리스트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고용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한 가정의 신뢰감이 형성됐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나라에 온 100명은 양국이 수개월 간 협상을 통해 선발한 고용허가제 근로자다. 양 국 정부가 선발부터 체류까지 공동으로 책임진다. 100명을 고용한 업체 2곳도 정부 인증기관이다. 특히 이들은 필리핀 정부의 국가공인 돌봄 자격증을 취득한 돌봄전문가인 케어기버(caregiver)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안전교육, 한국어, 한국문화, 가사 및 아이돌봄 업무 등 160시간 추가 교육을 받았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변수는 이들에 대한 임금 논쟁이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우리나라에 온 근로자사로서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다. 여당에서는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이들을 고용할 가정이 적다고 차등 적용 필요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노동계와 야당, 고용부는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헌법정신에 어긋나고 근로기준법,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라고 맞선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서면 질의답변서에서 이런 이유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6개월 시범사업 성과를 평가한 뒤 내년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1200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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