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하마스가 미국이 제시한 기존 휴전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새로운 조건 없이 이전 미국의 제안에 기초해 이스라엘과 즉각적인 휴전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날 가자전쟁 휴전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의 아바스 카멜 국가정보국(GNI) 국장과 카타르의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를 만나 최근 상황을 논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하마스는 이 자리에서 팔레스타인 대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적대행위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마스가 언급한 미국이 제시한 중재안은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한 3단계 휴전안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 6월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을 재개했다. 하지만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의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의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를 놓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스라엘은 필라델피 회랑이 하마스에 무기 등을 공급하는 "산소 파이프"라며 군 주둔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하마스는 무조건적인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하마스의 이날 발언은 휴전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압박하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미국과 서방국들은 가자전쟁이 길어지고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면서 이스라엘이 휴전협상에 적극 나서도록 요구하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인질 협상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휴전 협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여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스라엘의 입장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내 하마스 소탕이라는 강경 대응 방침을 굽히고 있다. 특히 최근 하마스에 억류됐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살해되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연일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90% 가까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발언이 나오자 네타냐후 총리는 "정확하지 않은 말"이라며 "이는 그저 꾸며낸 서사일 뿐"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날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대한 공습에 나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캠프 내 알자우니 예비 소년학교와 인근에 두 차례 공습을 감행했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 2명과 여성 1명을 포함해 14명이 사망하고 최소 18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 중에는 구호활동 중인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소속 직원 6명도 포함됐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주택가와 북부 자발리야 난민캠프를 공습해 20명이 사망했다. 또 서안지구 투바스와 툴카렘 등지에서 폭발물로 무장한 남성 5명을 사살하는 등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