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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장갑차, 기동방식 차이에 어떻게 달라지나…차륜형 vs 궤도형[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美, 신속배치 위해 차륜형 장갑차 선택

차륜형, 무장 강화하면서 운용 폭 확대

궤도형, 무장 및 적공격 방호력 뛰어나

최근, 궤도형·차륜형 장갑차 혼용 추세

육군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은 지난해 1월 25일 새벽 서울 도심 일대에서 K808 차륜형 장갑차(백호)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영상 제공=국방홍보원육군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은 지난해 1월 25일 새벽 서울 도심 일대에서 K808 차륜형 장갑차(백호)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영상 제공=국방홍보원




올해 1월 25일 새벽 서울 동작대교 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장갑차 12대와 무장병력 수십명이 건너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이를 목격한 시민들은 “전쟁난 줄 알았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헤프닝이 발생했다. 실상은 육군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이 서울 도심 일대에서 K808 차륜형 장갑차의 기동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육군은 “주둔지에 있던 병력이 위기상황 발생 시 전쟁지도본부 방호를 위해 기동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진행됐다”며 “복잡한 지형지물과 기반시설이 밀집한 서울에서 장갑차를 운용하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밝혔다. 훈련 상황임을 알지 못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벌어진 소동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 훈련에서 공개된 바퀴 8개 달린 차륜형 K808 장갑차다. 보통 군에서는 무한궤도(caterpillar)로 기동하는 ‘궤도형’ 장비들이 주를 이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차륜형 장갑차가 각광을 받고 있다. 미래 전장환경과 군 구조 개편에 따라 부대의 확장된 책임 지역, 특히 높은 기동성과 생존성 때문에 전투차량이지만 바퀴로 구동하는 ‘차륜형’ 전투장비들이 야전부대에 눈에 띄게 많이 배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갑차는 플랫폼 형태에 적용되는 주행장치에 따라 궤도로 지면을 밀면서 이동하는 궤도형(Tracked)과 일반 자동차처럼 바퀴를 이용하는 차륜형(Wheeled)으로 나뉜다. 임무에 따라서는 병력수송장갑차(APC)와 보병전투장갑차(IFV)로 구분된다.

1차세계대전 당시에 경전차의 등장으로 장갑차의 효율성 떨어졌지만, 2차세계대전 들어서 기갑사단을 주축으로 전격전 개념이 도입된 후 병력수송장갑차가 정찰 임무에서 큰 성과를 올리면서 다시 중요한 무기체계로 등장했다.

독일 등을 중심으로 한 유럽은 장갑차가 전차와 협동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탑승전투’ 개념이 정립되면서 이에 부응하는 보병전투장갑차가 1960년대 중반부터 개발·등장하기 시작했다.

차륜형 K806 장갑차. 사진 제공=국방일보차륜형 K806 장갑차. 사진 제공=국방일보


이처럼 유럽쪽에서는 궤도형과 차륜형 장갑차를 혼용하는 개념으로 발전시켜왔다. 반면에 생존성을 중시해 궤도형 장갑차에 주력한 경향을 드러냈다. 그러나 미군은 미래 전장환경과 군 구조 개편에 따라 부대의 확장된 책임 지역, 특히 기동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략 개념이 변경되면서 차륜형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미 육군이 차륜형 장갑차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은 ‘4일 이내에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전투태세가 완비된 여단을 전개시킨다’는 전략적 차원의 목표군(Objective Force)을 창설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스트라이커’(Stryker) 차륜형 장갑차를 채택하면서 차륜형 장갑차 개발에 속도를 냈다.

미국이 주요 병력을 전 세계에 신속배치하기 위한 차륜형 장갑차의 개량형 등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현재 전 세계적인 흐름은 궤도형과 차륜형을 동시에 운용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기술 발전으로 장점이 많은 차륜형 장갑차에 무장을 강화해 전투용으로 배치하면서 차륜형의 운용의 폭이 꾸준히 확대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장갑차라는 플랫폼에 장착되는 주행장치에 따라 궤도형과 차륜형으로 구분할 경우에 어떤 차이가 있고, 각각의 어떤 특성이 전장 환경에서 운용을 구분하는 장점으로 나뉘는 걸까.

차륜형, 무장 강화해도 중량 20t 안돼


우선 무장과 방호력에서 살펴보면, 전투중량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전투중량은 차체와 무장을 합한 무게에 전투원, 전투 장비, 물자 등을 모두 포함한 무게를 뜻한다. 궤도형 장갑차는 이 전투중량에 대한 제한이 작은 탓에 적을 공격할 무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적의 공격으로부터 장비와 인원을 보호할 수 있게 장갑 등 방호력을 증대하는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궤도형 장갑차는 보병수송용(APC)일 경우 전투중량이 10~20t이고, 보병전투영(IFV)일 때는 20t을 넘어선다. 최근 우리가 호주에 수춡한 한화에어스페이스의 AS-21 레드백(Redback)이 42t에 달할 정도다.

반면에 차륜형 장갑차는 무장을 강화해도 20t을 넘지 않는다. 최대 장점인 기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장을 늘릴 수가 없다. 대표적 차륜형 장갑차인 미국 ‘스트라이커’(stryker)가 19.3t, 러시아 ‘BTR-90’이 20.9t, 중국 ‘WZ551B’가 15.8t, 일본 ‘96식’이 14.7t 등에 불과하다.

미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궤도형 ‘M2A3 브래들리’ 보병전투장갑차. 사진 제공=미 육군미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궤도형 ‘M2A3 브래들리’ 보병전투장갑차. 사진 제공=미 육군



따라서 무장과 방호력 측면에서는 궤도형이 더 뛰어나고 할 수 있다. 차륜형이 많이 선택하는 병력수송장갑차(APC)는 보병을 수송하는 것이 주임무이기 때문에 경장갑에 중기관총이나 유탄기관총을 장착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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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궤도형이 많은 보병전투장갑차(IFV)는 전투병력을 신속하게 이동시키고 전투병이 하차한 후에는 화력지원을 통해 전술기동력과 생존성 등을 증대시키는 것이 주임무이기에 차륜형 보다 뛰어난 장갑으로 차체를 보호하게 제작된다. 포탑에 20~40mm 기관포와 함께 대전차미사일까지 탑재한다.

그래서 보병전투장갑차는 이 같은 중무장과 중장갑을 위해 높은 전투중량을 요구하므로 궤도형이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게다가 차륜형의 차체가 궤도형 보다 높은데, 이는 차륜형이 하부에 현수장치를 장착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이런 까닭에 차륜형 장갑차는 내부 공간도 협소해 많은 인원 등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차체를 높여야 한다. 이는 방호력 측면에서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차륜형 장갑차의 최고 장점인 기동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스피드와 연비만 놓고 본다면, 최대속도 100㎞/h가 넘고 항속거리도 길다. 연료 소비량도 훨씬 적어 차륜형 장갑차는 작전수행 능력에서 탁월하다. 차륜형 장찹차가 전략·전술적 측면에서 궤도형 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다.

궤도형, 진창·연약한 지반에서 이동 유리


여기에 무게 측면에서도 훨씬 가벼워 공중수송도 용이하다. 소음과 진동도 적어 승차감과 편의성도 좋다. 이 덕분에 시가지 전투와 기지방어용, 수색정찰 등으로 많이 활용된다.

반대로 장점이 단점도 된다. 평지에서의 일반 주행과 기동이 아닌 전투현장에서의 기동이라면 최대속도가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 예측 불가능한 전투현장에서 40㎞/h의 속도만 내면 충분해 차륜형과 궤도형 모두 유사한 기동효과를 낼 수 있다. 평지나 포장도로가 아닌 요철이 심한 야지라면 안정된 현수장치(전투차량의 하중을 분산 지지하고 주행 중 발생하는 진동을 억제하는 기능)를 갖춘 궤도형의 기동성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차륜형은 땅과 접촉하는 부위가 바퀴의 일정 부분에 불과해 접지압이 높지만, 궤도형은 접지 면적이 넓어 접지압이 낮은 덕분에 진창과 같은 연약한 지반에서 더 용이하게 기동할 수 있다.

궤도형 K21보병전투장갑차. 사진 제공=육군궤도형 K21보병전투장갑차. 사진 제공=육군


물론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개발된 차륜형 장갑차는 향상된 타이어 기술이 적용돼 펑크가 나도 일정 속도로 일정 시간 계속 달릴 수 있는 전술타이어(run flat)를 장착한다. 일명 ‘타이어 공기압조절장치’(CTIS· Central Tire Inflation System)다.

이 장치가 탑재된 차륜형 장갑차는 조종수가 스위치 조착을 통해 노면 조건에 맞도록 타이어 공기압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궤도형 장갑차처럼 진창이나 모래사장과 같은 야지에서도 타이어 공기를 빼서 접지면을 넓혀 기동하는 것을 물론 포장도로에서도 타이어 공기압을 주입해 고속 기동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기동 성능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수상 운행 여부도 중요한 키포인트다. 통상 도하부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장갑차 자체의 추진능력으로 수상 운행하기 위해선 장갑차의 플랫폼 중량이 18~19t 정도면 자체적으로 물 위에 떠서(부양) 운행하는 게 가능하다.

실제 전투중량이 18t이 안되는 국산 K200장갑차(궤도형)와 K808장갑차(차륜형) 모두 자체 수상 도하할 수 있다. 궤도형 K200은 지상에서 주행할 때처럼 궤도를 회전시켜 추진하는 궤도추진방식을 활용하고, 차륜형 K808은 워터제트(water jet)를 장착하는 보조추진장치 방식으로 수상 운행을 한다.

차륜형, 워터제트 장착한 보조추진방식


문제는 전투중량 25t급의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인 K21의 경우 수상부양을 돕는 에어백을 장착해야만 자체 부양한 후 궤도추진방식으로 도하가 가능해 빠른 작전 수행에는 걸림돌이다. 이는 보병전투장갑차는 방호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투중량 증가로 어쩔 수 없이 초래되는 단점이다.

장애물 극복을 위한 구동방식도 궤도형과 차륜형은 다르다. 궤도형은 방향을 바꿀 때(조향) 양쪽 궤도의 속도를 다르게 하면서 그 속도차를 이용해 제자리에서 선회할 수 있다. 반면에 차륜형은 일반 차량처럼 핸들(조향장치)를 이용해 제자리 선회는 안되고, 회전하기 위해서는 일정 범위가 필요하다.

또 차륜형은 자연 및 인공 장애물이 나타나면 회피·기동해야 하는 탓에 적으로부터 기동 경로를 쉽게 차단 당할 수 있고 공격이 집중될 수 있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이처럼 장갑차의 플랫폼으로 궤도형과 차륜형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장점이 많고 뛰어나다고 결론 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다만 현재 추세는 전투환경의 변화와 기술 발전 등에 따라 전투장갑차 운용 개념도 변하고 있는 만큼, 미래 장갑차 발전계획에 있어 궤도형에 무게 중심을 두지만, 차륜형도 높은 관심을 두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전장에서 혼용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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