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를 경험한 판매자들이 플랫폼에 입점해 물건을 파는 대신, 자사몰을 새로 열거나 네이버 스토어를 오픈하는 형태의 ‘소비자 직접 판매(D2C)’로 옮겨가고 있다. 이전까지는 배송이 빠르고 마케팅이 용이한 e커머스 플랫폼에서 제품을 파는 것을 우선시했다면, 이제는 정산 리스크가 없는 자사몰이나 네이버 스토어 등을 더 중요한 판매처로 보고 있는 것이다.
18일 유통업계 따르면 최근 판매자들은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의 여파로 정산이 적시에 처리되는 오픈마켓이나 자사몰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쥬얼리 브랜드 ‘디디에 두보’는 최근 온라인 자사몰을 전면 개편한 ‘온라인 부티크’를 새롭게 오픈했다. 한샘 역시 한샘몰 모바일 앱과 웹페이지를 전면 개편했다. 현대 리바트는 온라인 판매 채널 수를 점차 줄이면서 온라인 자사몰을 전문관으로 새롭게 구축해 지난 2분기 B2C 부문 매출액을 전년동기 대비 5.1% 끌어올렸다.
그동안은 e커머스 플랫폼들이 마케팅과 빠른 배송 서비스 등으로 매출 확보에 도움이 돼 판매자들의 주요한 입점처가 되었지만, 티메프 사태를 거치면서 정산 지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는 선택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다 CJ대한통운이 주7일 배송을 도입하는 등 택배 업계 전반적으로 배송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배송 서비스 격차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자사몰을 구축할 여력이 되지 않는 업체들은 네이버 내 스마트스토어와 브랜드스토어 등을 적극 활용해 D2C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스토어를 구축하는 플랫폼과 온라인 비즈니스 솔루션을 지원받으면 업체들이 자사몰을 운영하는 데 드는 물적, 인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에 따르면 올해 ‘도착보장’ 서비스를 활용 중인 셀러는 전년 동기 대비 약 80% 증가했다. 네이버가 2022년 12월 오픈한 도착보장은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의 도착일을 알려주고 물류사를 통해 약속한 도착일이 지켜지도록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체 브랜드스토어 중에서도 약 40%가 도착보장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1000곳을 돌파했다.
규모 있는 업체들도 네이버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설화수·헤라·에스트라 등 대부분의 브랜드 제품을 도착보장으로 운영 중이다. 올해 2월부터 네이버 도착보장을 시작한 스파오도 빠른 배송 서비스를 내세우며 네이버 도착보장 상품 거래액이 3개월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거래액 중 네이버 도착보장 상품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절반을 넘어섰다. 각 스토어별 충성고객을 구축할 수 있는 라운지 솔루션 이용 업체도 증가 추세다. 현재 라운지 솔루션은 브랜드스토어 중 40% 이상이 사용하고 있으며, 누적 고객은 900만 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들이 티메프 사태를 겪으면서 늦장정산이나 운영의 불안정성에 위기감을 느껴 한 가지 플랫폼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보다 안전하고 신뢰도 높은 플랫폼을 찾거나 자사몰을 통한 D2C 전략을 펼치려는 판매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