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는 24일(현지 시간) 신용결제 기업 비자(Visa)가 직불카드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비자가 비자 외 다른 업체를 통해 거래하려는 가맹점 등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잠재적 경쟁업체를 짓밟아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비자는 정기적으로 계약을 맺는 가맹점과 은행이 비자 결제망을 통해 일정 거래 이상을 성사하는 경우 상당한 수수료 할인을 제공했고 거래량이 적을 경우 높은 수수료를 징수하는 반(反) 경쟁적 가격 구조를 강요했다. 이렇게 설정한 거래량 한도는 일종의 ‘해자(진입 장벽)’로 작용해 경쟁업체가 건당 낮은 수수료를 제시해도 가맹점이 비자를 선택하는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또 비자가 페이팔, 애플 등 비자와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 기업에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대가로 수천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비자가 2010년대 초 제정된 ‘도드-프랭크법’과 페이팔 등 핀테크 경쟁업체의 부상이라는 ‘쌍둥이 경쟁 위협’ 속에서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도드-프랭크법은 경쟁을 촉발하고 상인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위해 카드 발급사가 최소 2개의 독자적 직불 결제망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비자는 가맹점 규모 등을 고려할 때 페이팔·애플페이 등을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짚었다.
비자는 미국 내 직불 거래의 60% 가량을 차지해 연간 70억 달러 이상의 처리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우리는 비자가 경쟁시장에서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을 훨씬 초과하는 수수료를 뽑아낼 힘을 불법으로 축적했다는 혐의를 갖고 있다”며 “가맹점 등은 가격을 올리거나 품질 및 서비스를 낮추는 방식으로 이런 비용을 소비자에 전가하며 결과적으로 모든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비자는 이날 관련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며 뉴욕 증시에서 5.5%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