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해 9월 법률 플랫폼 ‘로톡’의 서비스 적법성을 최종 확인한지 1년이 흘렀지만 법률 직역 단체와 리걸테크(법률 기술) 기업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법무부는 당시 신·구 산업 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공언하고 이후 ‘변호사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급격한 기술 발전에 맞춰 정부도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리걸테크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률 시장의 신·구 갈등은 되레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26일 로톡 이용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를 취소하면서 유사 갈등 사전 차단을 위한 제도 개편을 공언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변호사제도개선 특위를 발족하며 갈등 방지를 위한 입법 등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는 특위나 법무부 차원의 별다른 활동이나 발표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제도 개편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새로운 충돌 사례가 신·구 산업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회원을 대한변협이 징계하는 방식으로 갈등이 시작됐다면 최근에는 법률 인공지능(AI)의 서비스 적법성을 두고 양측이 맞붙고 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올 3월 출시한 AI 법률 상담 서비스 ‘AI 대륙아주’가 대표적인 갈등 사례다. 대한변협은 이 서비스가 제공하는 무료 AI 법률 상담이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수차례 공문을 보낸 후 이달 9일 관련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대륙아주 측은 AI 대륙아주가 현행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맞서는 중이다. 변협 징계위원회가 결론을 내리더라도 대륙아주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법무부 징계위원회로 최종 판단이 넘어가게 된다. AI 대륙아주와 같거나 유사한 법률 AI 서비스는 다수의 리걸테크 기업이 개발·서비스 중이다.
리걸테크 업계는 법무부가 최소한 법률 AI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무부가 변호사제도개선 특위를 출범시켰지만 1년 동안 실질적으로 활동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손을 놓으며 갈등이 수년 간 지속되고 있는 만큼 보다 전향적으로 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