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단독 사냥꾼이라는 기존 인식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에두아르도 샘파이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진화'에 문어가 물고기와 함께 무리를 지어 사냥하며 물리적 힘을 사용해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스라엘 남부 아일라트 해안의 암초 지대에서 한 달간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13마리의 문어를 관찰했다. 문어들은 2~10마리의 물고기와 함께 무리를 이뤄 총 13차례의 합동 사냥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문어는 사냥에 소극적인 물고기를 때리는 등 독특한 행동을 보였다. 샘파이오 박사는 "문어는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물고기에게 '펀치'를 날린다"며 "이는 물고기들이 먹이를 찾아 계속 움직이도록 하는 일종의 경고"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문어와 물고기가 사냥 과정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고기는 주로 이동 경로를 안내하고, 문어는 사냥의 시작과 방향을 결정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샘파이오 박사는 이를 기업 조직에 비유해 "문어는 CEO, 물고기는 R&D팀과 같은 역할"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문어가 특정 물고기를 인지하는지, 합동 사냥을 선호하는지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 사냥 행동이 학습된 것인지, 선천적인 것인지도 향후 연구 과제로 남았다.
연구팀은 "이번에 관찰된 무리 사냥은 동물계에서 매우 희귀한 현상"이라며 "이는 동물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리더십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크게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