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가 9월 한 달 동안 8조 원에 육박하는 물량을 주식시장에서 내던졌다. 8월 3조 원 가까이 팔아치운 외국인이 두 달 연속 ‘팔자’에 나서면서 올해 최대 매도 규모 기록을 8월에 이어 재차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고용지표와 대통령 선거 등 거시경제 변수에 영향을 받는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6.51포인트(2.13%) 내린 2593.27에 마감했다. 9월 4일(3.15%) 하락 이후 최대 폭이다. 외국인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37억 원어치를 내던지면서 삼성전자(005930)(-4.21%), SK하이닉스(000660)(-5.01%), 현대차(005380)(-4.13%), 기아(000270)(-4.14%)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체로 부진했다.
외국인은 9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 9216억 원을 순매도해 월간 기준 올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을 팔아치웠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1년 5월(8조 5168억 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역대 5위를 기록했다. 두 달간 외국인이 10조 7898억 원의 물량을 내던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올해 최대 순매수 기록 경신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9월 순매도를 삼성전자의 부진과 연관 지어 해석하고 있다. 8월에 이어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됐고 특히 반도체 호황기가 예상보다 길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 것이 직격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외국인은 9월 한 달간 삼성전자를 8조 6420억 원어치를 매도했다. 기아(2465억 원), 하나금융지주(086790)(1452억 원), LG화학(051910)(1423억 원) 등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매도 규모다.
여기에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밸류업(가치 제고) 지수도 편입 종목 산정 기준 등이 논란에 휘말리면서 사실상 외국인의 외면을 받았다. 홍콩계 투자은행(IB) 크레디리요네(CLSA)는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구성 종목을 바꾸지 않는다면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우려했던 반도체 피크아웃(정점을 찍은 다음 하향)에 대해서는 마이크론의 실적 추정치 공개에 따라 일축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분간은 경계심리가 지속되면서도 미국 경제지표에 따라 증시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업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9월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0월 1일(현지 시간)에, 10월 4일에는 9월 고용지표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미국의 경제지표와 대통령 선거에 따른 변동성이 이어질 수는 있지만 외국인이 9월과 같은 수준으로 매도할 가능성은 낮다”며 “경제지표를 봐야겠지만 미국 통화 당국의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에 따른 조정이 아닌 예방적 차원이라는 점에서 향후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