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블루라인' 넘어 집중 포격후 진격…헤즈볼라는 미사일 반격

■이스라엘, 지상전 개시

'블루라인' 집중 포격 후 진격

이 "장기점령 계획 없다"지만

1982년 침공 땐 1.7만명 사살

美 중재 노력 이번에도 실패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레바논 남부 지역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맞아 화염에 휩싸여 있다. 이스라엘은 다음 날인 1일 새벽 북부 국경을 넘어 레바논 남부에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제한적·국지적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이 사실상 레바논에서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지상전을 개시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AFP 연합뉴스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레바논 남부 지역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맞아 화염에 휩싸여 있다. 이스라엘은 다음 날인 1일 새벽 북부 국경을 넘어 레바논 남부에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제한적·국지적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이 사실상 레바논에서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지상전을 개시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IDF)이 1일(현지 시간) 레바논 국경을 넘어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지상전을 개시했다고 발표하면서 중동의 화약고가 폭발 직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을 일컫는 ‘블루라인’은 과거에도 양측의 무력 충돌과 포화가 끊이지 않았던 지역으로 전면전을 촉발할 ‘뇌관’으로 지목돼왔다. IDF는 “제한적 지상전”이라며 레바논을 향한 전면 공격과 장기 점령에 대한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구체적인 공격 범위와 기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이 아직 ‘산발적 공습’ 수준이고 이란 개입도 관측되지는 않지만 블루라인을 사이에 둔 긴장감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이라는 평가다.


이스라엘, ‘북쪽의 화살’ 작전 2주 만에 지상전 개시


이날 새벽 1시 50분 IDF는 레바논 국경 너머 공격을 허용하는 ‘다음 단계’ 군사작전을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승인하면서 “제한적 지상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국경을 넘는 지상전을 선언한 것은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작전에 앞서 메툴라 등 국경 지역을 군사 제한구역으로 선포하고 민간에 대피 명령을 내린 후 집중 포격을 가하며 지상군을 투입했다. 한밤에 시작된 작전으로 레바논 접경지 곳곳에서는 국지전이 벌어졌고 주민들이 대거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헤즈볼라도 반격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 영토로 아직 진입하지 않았고 직접적인 지상 충돌은 없다”면서도 “감히 레바논에 진입한다면 직접 대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의 본부가 위치한 텔아비브 외곽으로 신형 미사일을 발사한 후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엄포도 놓았다.



하지만 헤즈볼라의 엄포는 이스라엘 공습에 흔들리고 있는 레바논 지지 세력을 진정시키기 위한 시도라는 풀이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는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17일 3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낳은 호출기(삐삐) 폭발 테러의 배후로 지목받은 이스라엘은 이후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했고 23일 일명 ‘북쪽의 화살’ 작전을 선포하며 공격 수위를 끌어올렸다.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공군을 주축으로 레바논 곳곳에 자리 잡은 헤즈볼라 목표물을 타격하는 북쪽의 화살 작전은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지상전 개시를 공식 선언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에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도심을 포함해 국경을 넘어 레바논 전역을 무인 폭격기(드론)로 공습했다. 레바논 정부는 이날 공습으로만 최소 95명이 사망했고 지난 2주간 사망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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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의 블루라인 충돌, 장기전 우려도


국제사회는 ‘블루라인’으로 불리는 국경선을 넘어 이스라엘군이 밀고 들어오는 상황이 중동 전면전과 장기전을 촉발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이 건국한 이래 양측의 무력 충돌과 포화가 끊이지 않은 ‘중동의 뇌관’ 중 한 곳이다. 실제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이 지역에서 1978년·1982년·2006년 등 크게 세 번 충돌했고 그때마다 대규모 사상자를 냈다. 특히 1982년의 경우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파괴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장기 점령하며 1만 7000명 이상을 사살했다.

IDF는 이번 지상 공격에 대해 “시간·범위가 제한적이고 장기 점령 계획도 없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CNN은 이스라엘이 1982년 공습 당시에도 “짧고 제한적인 침공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레바논 남부에 대한 장기 점령으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의 점령은 2000년 헤즈볼라가 전면에 등장해 세력을 키울 때까지 계속됐고 이후 유엔이 블루라인을 설정하면서 양측의 긴장감이 겨우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반복되는 美 굴욕, 무력해진 외교


국제사회의 외교적 중재가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미국과 유럽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분쟁에 대해 수차례 휴전 교섭을 해왔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이날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금 휴전을 해야 한다”고 말한 지 반나절도 지나기 전에 이스라엘이 지상전 개시를 선포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 역시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 공격에 관해 사전 협의를 했고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인정한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휴전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CNN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미국과 협의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이스라엘의 이런 방식은 미국을 적극적 참여자가 아닌 구경꾼으로 보이게 만들고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떨어뜨리게 한다”고 짚었다.

미국은 이란의 대응을 억제하고 확전을 막기 위해 미군 수천 명을 중동 지역으로 파병하기로 했다. 추가 병력이 투입되면 중동 지역 내 미군 규모는 최대 4만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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