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한국과 필리핀의 두 정상이 ‘북핵’과 ‘남중국해 문제’ 등 양국 지역과 역내 안보 문제에 있어 각자 입장을 적극 지지하며 달라진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특히 양국은 필리핀이 실시하는 연안 훈련에 한국군이 참여하고 해양 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필리핀 군 현대화 3단계 사업에도 한국이 참여해 전력 강화에 기여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연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국제사회가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며 “북한 비핵화와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양국은 앞으로도 계속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남중국해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역내 핵심 해상 교통로인 남중국해의 평화·안정·안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면서 “남중국해상 규칙 기반 해양 질서의 확립과 국제법 원칙에 따른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위해 계속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중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마르코스 대통령 역시 “필리핀은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을 환영한다”며 “‘담대한 구상’과 ‘8·15 통일 독트린’은 매우 중요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또 “계속 복잡해지는 지정학적·경제적 환경 속에서 양국 관계를 보다 강화하고 심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이 실시하는 연안 훈련에 한국군이 참여하는 것을 포함해 국방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필리핀이 2028년까지 추진 중인 군 현대화 3단계 사업에 한국의 참여도 확대된다. 양국 정상은 해경 기관 사이 ‘해양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정보 교환, 수색 구조 등 해양 안보 협력도 강화한다. 필리핀 언론 매체들도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주목하며 “(한국은) 경제적으로 협박해 상대 해상 영토를 빼앗거나 무역 상대국을 소외시키지 않고 소프트파워를 통해 세계를 정복했다”며 협력 증진을 기대했다.
한편 이날 김건희 여사는 필리핀 대통령 부인인 루이즈 아라네타 여사와 마닐라국립미술관을 방문했다. 김 여사는 “양국 간 활발한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친밀감이 증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