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대상 살인·강도 사건이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외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1~6월)까지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살인사건 피해자는 총 38명이다. 전체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 발생한 사건 피해자(86명)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중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살인 사건으로 숨진 한인 5명보다 8배 가까이 많았고, 일본에서 숨진 13명과 중국에서 피살된 한인을 합친 숫자 보다도 두 배나 많았다.
이 기간 필리핀은 살인뿐 아니라 강도, 납치·감금, 폭행·상해, 강간·강제 추행 등 다른 강력범죄 피해자도 451명으로 중국(1119명)에 이어 2위다. 특히 강도(102명)의 경우 살인과 마찬가지로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필리핀에서는 2016년 10월 한인 사업가 지익주씨를 납치 살해한 전직 경찰청 마약단속국 팀장 라파엘 둠라오의 유죄가 최근 항소심에서 인정돼 종신형이 선고됐지만 3개월 넘게 구속되지 않고 있어 불안감이 크다는 전언이다.
둠라오를 포함한 필리핀 전현직 경찰이 저지른 이 사건은 범행 수법이 잔혹해 동포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지만 주범은 제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제1심 판사가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판결을 뒤집고 지난달 17일 공식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주범은 잠적하고 현지 경찰은 여전히 소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인 살인사건의 주범 체포가 늦어지자 외교 당국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둠라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복잡다단해지는 범죄로부터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부와 재외공관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