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보이스피싱 악용 몰랐어도 통신 매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중계기·공유기 관리하며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통신 매개

범죄 악용 사실 몰랐어도 위반 고의 있어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대법원이 범죄에 악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중계기, 유·무선 공유기를 설치하고 관리해 타인에게 통신을 매개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13일 사기, 전기통신사업법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했다.



A씨는 2023년 3월 2~22일까지 대구 중구에 있는 고시원에서 중계기 1대, 유무선 공유기 1대를 설치해 인터넷망에 연결한 뒤 성명불상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유심을 중계기 특정 번호에 꽂았다가 다른 번호로 옮겨 꽂는 등의 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47개의 휴대전화번호를 관리하며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유심을 옮겨 꽂는 등의 방법으로 조직원들이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고인은 체포될 당시 51개의 유심을 소지하고 있었다.

1, 2심 재판부 모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해당 통신 매개 행위가 범죄와 관련됐음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타인통신매개로 인한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로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설치한 통신중계기, 유심 등이 범죄를 위한 전화 발신, 문자메시지 발송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 사이의 통신을 연결해주는 것만으로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매개된 타인이 그 통신을 범죄에 이용한다는 것까지 인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는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또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를 받아 1개월 이상 장소를 옮겨가며 제공받은 통신중계기와 통신공유기를 연결하고 휴대전화 공기계에 휴대전화 유심을 꽂아 개통한 후 그 유심을 통신중계기에 수시로 꽂았다가 빼내는 관리를 했다"고 짚었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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