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리가켐바이오)는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두 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공개된 계약 규모만 7억 달러(약 9435억 원) 수준이다. 실제 계약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회사 측이 ‘후속 딜’ 가능성까지 예고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11일 리가켐바이오에 따르면 첫 번째 계약은 다양한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비임상단계 혁신신약 항체약물접합체(ADC)인 ‘LCB97’을 오노약품에 기술 이전하는 내용이다. LCB97은 리가켐바이오가 자체 개발한 ADC 플랫폼인 ‘콘쥬올’을 기반으로 발굴한 ADC다.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 ‘L1CAM’을 타깃으로 한다.
이번 계약으로 오노약품은 LCB97에 대해 고형암을 대상으로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오노약품은 리가켐바이오에 최대 7억 달러 규모의 선급금, 연구개발(R&D) 및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을 지급하고 상업화 이후 순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로 지급한다.
리가켐바이오는 오노약품과 차세대 ADC 플랫폼 기술에 대한 공동연구 및 라이언스 계약도 별도로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오노약품은 리가켐바이오의 콘쥬올 플랫폼 기술을 사용, 선택한 복수 타깃에 대한 ADC 후보물질을 발굴 및 개발할 수 있는 글로벌 독점권을 확보하게 된다.
리가켐바이오가 공개한 계약 규모는 7억 달러 수준이지만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억 달러는 LCB97 관련 계약 규모일 뿐 ADC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후속 ADC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의 협상 전략으로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비공개를 요청했다”며 “L1CAM을 타깃하는 추가 ADC를 동시에 개발할 경우 LCB97 관련 계약 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회사가 공식적으로 ‘후속 ADC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리가켐바이오의 차세대 ADC 플랫폼인 콘쥬올은 기존 ADC의 혈중 안정성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링커가 암세포에서 과발현되는 효소로 절단되기 때문에 약물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체 개발 항체를 보유한 빅파마의 경우 자사 항체에 리가켐바이오의 플랫폼을 적용해 (ADC를) 개발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며 “최근 리가켐바이오 파이프라인 임상 데이터 발표로 기술 가치가 증명되고 있어 기술이전 모멘텀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이번 계약이 더욱 고무적인 이유는 오노약품이 블록버스터급 면역항암제인 ‘옵디보’의 원개발사이기 때문이다. 오노약품은 현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인수된 메다렉스와 함께 옵디보를 개발해 한국과 일본, 대만에서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해 BMS와 길리어드사이언스 등 글로벌 빅파마와 협력 중인 오노약품이 ADC 개발 관련 첫 파트너사로 리가켐바이오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계약 성사로 리가켐바이오가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주목하는 ADC 업체라는 점이 재확인됐다. 지난해 얀센과의 2조 2458억 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 외에도 3건의 조 단위 계약을 체결한 점이 리가켐바이오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항암제 분야에서 폭넓은 신약 연구개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오노약품과 협력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오노약품과의 패키지딜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ADC 선도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