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가계대출 급등세가 다소 잦아들었지만 정책성 상품 대출은 전달보다 2조 원 넘게 늘어나며 증가 폭이 되레 커졌다. 은행 등 민간 금융사의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나타났지만 정부의 정책성 모기지 상품 증가세는 여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정책대출 자금이 시장에 지속해서 유입되면 ‘연쇄 매매’를 부추겨 전체 대출 수요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디딤돌·버팀목·보금자리론 등 정책 상품 대출은 9월 2조 2000억 원 늘며 전달보다 4000억 원 증가했다. 정책 상품 대출은 올 5월 이후 매달 평균 2조 1000억 원씩 늘었는데 지난 달 증가 폭이 더 커진 것이다. 9월 전체 가계대출(9조 7000억 원)이 전달보다 4조 5000억 원이나 줄며 상승세가 꺾인 점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정책 상품 대출 증가세가 이어진 것은 디딤돌·버팀목 대출을 찾는 수요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9월 3조 8000억 원 늘며 전달(3조 9000억 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보금자리론의 순상환 규모가 1조 6000억 원에 달했으나 디딤돌·버팀목 증가액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디딤돌·버팀목 대출이 차주가 일정 소득 요건만 맞추면 자금을 내주도록 설계돼 있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은행은 자체 상품의 경우 대출금리를 높이거나 대출 대상을 축소해 공급 규모를 조절할 수 있지만 정책 상품 대출 조건에는 손을 댈 수 없다. 정책 상품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조정 권한을 쥐고 있지만 국토부는 서민 주거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출 문턱을 높이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의 대출 규모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감소했지만 정부의 정책 모기지는 별 변화 없이 오히려 늘어난 것은 현재 가계대출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며 “보다 강력한 정책 상품 대출 규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우려되는 점은 정책 상품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연쇄 매매를 부추겨 전체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외곽에서 시작해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로 이어지는 ‘주택 갈아타기’의 마중물로 정책금융 대출 상품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금융 당국이 나서 은행권의 자체 대출 취급을 극도로 억누르며 파급 효과를 막고 있지만 이 같은 ‘비상조치’를 계속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 당국은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점검회의를 열고 추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간 공급이 확대된 정책 대출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언제라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향 안정화 추세가 확실해질 때까지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