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서 오피스와 데이터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을 신규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자 등 자금 조달 비용이 줄면서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는 이달 7~8일 실시한 4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구주주 청약률 106%를 기록했다. 기존 주주들에게 목표 자금을 모두 모은 만큼 일반주주 대상 청약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같은 날 구주주 대상 5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 맥쿼리인프라펀드도 110.8%의 청약률을 기록해 5463억 원이 넘는 자금 모집에 성공했다. 맥쿼리인프라가 이제까지 진행한 유상증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이 잇따라 자금 모집에 나선 것은 신규 자산 매입을 위해서다. 금리 인하 시계가 빨라지며 자산들의 수익성이 높아지자 그동안 미뤄왔던 신규 투자를 집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는 이번 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강남역 DF타워' 우선주 매입에 활용할 계획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유상증자와 일부 차입금을 활용해 경기 하남 데이터센터(4230억 원)를 매입하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민자사업(2148억 원)에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77억 원은 미래 잠정 신규 투자에 활용된다.
금리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대부분 대출을 통해 매입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이자비용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갈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람코자산운용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 수준에 머물던 2020년과 2021년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각각 26조 9000억 원, 32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2022년 7차례에 걸쳐 3%대까지 가파르게 금리가 오르면서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5.9%(26조 8000억 원) 거래가 줄었다. 고금리가 지속된 이듬해 2023년에는 무려 35.8%(17조 6000억 원) 감소해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젠스타메이트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투자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은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시장에 반영되는 만큼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황이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빅데이터랩장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금융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수준인 3.5% 이하로 낮아진다면 수익형 부동산 장점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규 자산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 움직임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신한알파리츠는 GS서초타워와 씨티스퀘어 오피스 편입을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다. 롯데리츠와 한화리츠 역시 각각 1674억 원, 4730억 원을 공모해 L7 호텔 강남타워 등 신규 자산을 편입하거나 기존 자산 매입에 활용한 차입금을 갚을 예정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목표 수익률이 올라가면 기존 대출로만 투자하던 움직임이 지분 투자로 옮겨가면서 침체됐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띨 것"이라며 "특히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기존 자산에 대한 검토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