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신윤복 '혜원전신첩' 간송으로 온 사연은…위창의 안목 빛났다

■간송미술관 '위창 오세창'展

간송컬렉션 재조명 두번째 기획전

신윤복의 화첩·정명공주의 '화정'

수집과정 담은 발문·상서 등 전시

한국 서화 백미 '근역화휘'도 선봬




15일 서울 종로구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위창 오세창: 간송컬렉션 감식과 근역화휘’ 전시에서 관람객이 정명공주가 쓴 서예 작품 ‘화정’을 살펴보고 있다. 근역화휘는 위창 오세창이 우리나라 역대 서화가의 회화 작품을 선별해 엮은 화첩이다. /연합뉴스15일 서울 종로구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위창 오세창: 간송컬렉션 감식과 근역화휘’ 전시에서 관람객이 정명공주가 쓴 서예 작품 ‘화정’을 살펴보고 있다. 근역화휘는 위창 오세창이 우리나라 역대 서화가의 회화 작품을 선별해 엮은 화첩이다. /연합뉴스




“세상에 보기 드문 그림으로 세상이 모두 함께 보배로 여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었으니 또한 기특하지 않은가. 간송 전군이 꼭 원첩을 얻고자 벼른 것이 몇 년이더니 이에 많은 돈을 아끼지 않고 그것을 사들여서 진귀한 비장품으로 삼았다.”

오세창이 남긴 월야밀회에 대한 발문. 사진 제공=간송미술관오세창이 남긴 월야밀회에 대한 발문. 사진 제공=간송미술관


신윤복, 월야밀회.사진 제공=간송미술관신윤복, 월야밀회.사진 제공=간송미술관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에 대한 설명이다. 설명을 쓴 이는 근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감식안’ 위창 오세창(1864~1953). 독립운동가, 언론가, 계몽운동가, 서예가, 전각가, 수장가, 감식가 등으로 활동하며 근대 역사와 문화, 예술을 형성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끼친 위창 오세창의 안목을 살필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성북동 간송 미술관에서 열린다.

‘위창 오세창: 간송 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는 올해 봄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간송 컬렉션의 형성 과정을 재조명하는 3개년 계획의 두 번째 기획전이다. 오세창의 수장과 증정, 감식은 전형태가 수집한 유물과 함께 간송 미술관을 형성하는 가장 큰 두 가지 갈래 중 하나다. 오세창 탄생 160주년을 맞이해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이 소장한 주요 유물에 대한 오세창의 발문과 상서, 오세창이 수장과 감식에 관여한 대표적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형필(오른쪽 네번째)과 오세창(〃 다섯번째)의 모습. 사진 제공=간송미술관전형필(오른쪽 네번째)과 오세창(〃 다섯번째)의 모습. 사진 제공=간송미술관


먼저 1층 전시실에서는 오세창이 간송에게 준 서화와 인장, 간송이 직접 수집한 서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 전시된 서화와 인장은 오세창의 부친이자 추사 김정희의 제자였던 오경석이 모은 이른바 ‘천죽재 컬렉션’의 일부다.



조선 선조와 인목왕후의 첫째 공주인 정명공주의 ‘화정’은 조선의 여성이 남긴 전례 없는 서예 대작이다. 전형필이 1936년부터 1938년까지 서화·골동 구입 내력을 구입한 ‘일기대장’에 따르면 이 작품은 오세창이 수장하고 있다가 1937년 간송의 주요 수장처 중 한 곳인 옥정연재로 입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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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공주의 ‘화정’정명공주의 ‘화정’


간송이 직접 수집한 서화와 작품에 대한 오세창의 발문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발문은 작품이 수집된 과정과 관련 일화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어려운 고미술품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조선 후기의 수장가 석농 김광국이 수집한 ‘호기응렵(원나라 서화가 조맹부의 그림)’의 경우 발문에서 이 작품이 족자에서 다시 화첩으로 만들어진 이유가 기술돼 있다.

청나라 화가 장경의 ‘장포산진적첩’의 경우 유실됐다가 간송에게 입수된 사연도 발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을 대표하는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김정희의 아들 김상우가 송나라 문인 소식을 그린 ‘소동파상’ 등 오세창의 감식이 담긴 발문으로 수장 내력이 확인된 간송 컬렉션의 여러 서화도 함께 전시된다.

근역화휘, 사진제공=간송미술관근역화휘, 사진제공=간송미술관


근역화휘, 사진제공=간송미술관근역화휘, 사진제공=간송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는 간송 미술관이 소장한 ‘근역화휘’ 3종(7책·1책·3책)과 대표 수록 작품 39건 46점을 볼 수 있다. 근역화휘는 우리나라 역대 서화가의 회화 작품을 엄격하게 선별해 엮어낸 화첩으로 한국 회화사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국내에 ‘근역화휘’ 이름을 가진 화첩은 간송미술관이 3종, 서울대학교박물관이 1종을 소장하고 있다. 간송 미술관이 소장한 7책본에는 총 189인 244점, 1책본에는 32인 38점, 3책본에는 50인 70점의서화 작품이 수록돼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간송 미술관이소장한 '근역화휘' 3종의 표지 4건 14점을 비롯해 고려 31대 공민왕의 섬세하고 꼼꼼한 필치로 그려진 ‘양도’, 근대의 서화가 무호 이한복의 ‘성재수간' 등 35인 35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여류 화가 월성 김씨의 ‘서과투서’, 19세기 나비 그림에 탁월한 기량을 선보인 이경승의 ‘부귀호점’과 김기병의 ‘괴석화접’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이경승의 ‘부귀호점이경승의 ‘부귀호점


한편 지난 1971년 제1회 ‘겸재전’을 시작으로 50여 년간 전시를 무료로 개최해 온 간송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관람객에게 입장료를 받는다. 유료화를 통해 확보된 재원은 문화유산의 연구와 보존, 전시 비용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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