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도 간편하고 유용하게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을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임박했다. 환자와 노약자의 보행을 돕거나 특정 작업을 효율화하는 것을 넘어 일반인의 운동을 돕거나 딱딱한 프레임(외골격) 없이 옷처럼 간편한 디자인으로 일상과 산업 현장에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제품으로 발전 중이다. 이에 삼성전자의 ‘봇핏’을 포함해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 웨어러블 로봇 기술 개발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2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성균관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봇핏의 운동 효과를 실험한 결과를 14일(현지 시간) 오픈 액세스(공개 접근) 논문 사이트 ‘스포츠 메디슨 오픈’에 공개했다. 스포츠 메디슨 오픈은 학술 출판 기업 ‘스프링어 네이처’가 운영하는 논문 무료 공개 사이트 중 하나다. 연구팀은 “봇핏을 사용한 걷기 운동이 유익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봇핏이 젊은 성인에게 개인화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봇핏은 사용자가 걷거나 뛸 때 엉덩이와 허벅지의 근육 움직임을 파악해 힘을 보탬으로써 보행을 돕는 ‘보조 모드’는 물론 힘을 반대로 가해 걸음을 방해함으로써 운동을 돕는 ‘저항 모드’도 지원한다. 사용자들은 보조 모드와 저항 모드를 번갈아 사용하며 걷기 운동 실험을 했다. 저항 모드 덕에 미사용자보다 에너지 소모량은 44.38% 더 많았고 평균 심박수도 12.07% 더 높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동시에 보조 모드 덕에 걸음 수도 5.66%, 걸은 거리는 6.37% 길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험 결과를 두고 회사가 향후 기존 환자·노약자 등 의료용을 넘어 젋은 층을 포함한 일반인으로 봇핏 사용자를 넓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봇핏은 지난해 말 의료기관 등을 겨냥해 기업간거래(B2B) 제품으로만 출시해 환자와 노약자에게만 주로 보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웨어러블 로봇을 보편화하려는 노력은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외골격을 없애 옷처럼 쉽게 착용하고 활동할 수 있는 의복형 로봇이 활발하게 개발되는 추세다. 웨어러블 로봇은 사용자의 근육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 이를 통해 적절한 부위에 힘을 전달하는 모터와 자동제어기를 탑재하기 때문에 외골격을 없애거나 무게나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앞다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하버드대가 의복형 로봇인 ‘엑소수트’를 개발했지만 상용화는 의료 등 제한적인 분야에서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에 또 다른 제품들도 있지만 대부분 모터와 같은 장치 없이 스프링 등으로 수동적으로 움직임을 보조하는 정도다. 삼성전자 봇핏 역시 외골격이 달린 형태다.
국내에서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원 창업 기업인 팀로보틱스가 8월 창업 이후 도전에 나섰다. 작업자가 무거운 짐을 들고 쉽게 움직일 수 있게 허리 근력을 보조하는 의복형 로봇을 이르면 내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모터 등 장치는 외골격 없이 백팩처럼 만들고 허벅지를 감싸는 밴드를 통해 몸에 힘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현재 3.7㎏짜리 시제품을 제작했고 2.5㎏까지 간소화하는 게 목표다. 이희돈 팀로보틱스 대표(DGIST 선임연구원)는 “외골격이 들어가면 인체 외부에 회전축이 생겨 착용자가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데 한계가 생긴다”며 “실제 작업자는 지게차에 탔다 내렸다 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의복형이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달 1일(현지 시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연구팀이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에 발표한 ‘워크온’도 비슷하게 백팩과 허리·허벅지 밴드로 구성된 의복형 보행 보조 로봇이다. 연구팀은 워크온을 통해 젊은 성인은 오르막길을 걷는 데 드는 에너지가 17.79% 줄었다고 전했다. 노인 역시 평지에서 걷는 데 드는 에너지를 10.48% 줄일 수 있었다. 구글에서 분사한 스킵과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는 무릎 부위에 달린 모터로 보행을 돕는 등산복 바지 ‘모고’를 내년 말 출시할 계획이다. 7월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외골격형이지만 옷 위에 덧대는 방식으로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