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연임이 임기 만료 이틀을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결정됐다. 다만 대상 검사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 중인 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국정감사 과정에서 공수처 검사 연임을 두고 여야 사이 설왕설래가 오간 바 있어 대통령실이 불필요한 논쟁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법조·정치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공수처 검사 4명에 대한 연임을 재가했다. 이는 공수처가 지난 8월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들 검사에 대한 연임을 추천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대상 검사는 이대환 수사4부 부장검사와 차정현 수사기획관(부장검사), 수사3부 송영선·최문정 검사 등으로 임명 권한을 지닌 윤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에는 자동으로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었다.
임기 만료 이틀을 앞두고 윤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면서 공수처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수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됐지만 뒷말도 적지 않다. 대상 검사들이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데다, 연임 시기도 임기 완료 직전이었던 탓이다.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는 현재 윤 대통령이 연루된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 등을 수사 중이다. 또 ‘고발 사주’ 의혹으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손준성 검사장에 대한 공소 유지 업무도 맡고 있다. 이들 사건이 공통적으로 윤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자칫 수사 방해 등 정치적 논란만 커질 수 있었다. 이들이 퇴직할 경우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수사팀에는 평검사 1명만 남았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은 윤 대통령이 연임을 재가하기 전 시간에 이뤄진 25일 열린 국회 법사위 종합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해서 말씀드리긴 조심스럽다”면서도 “채 해병 사건의 수사 연속성 유지, 조직 안정, 신규 우수 인력 확보 차원에서 (오는 27일 임기가 만료되는) 네 사람 연임이 절실한 사정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채 해병 사건에 있어 수사 연속성 유지가 매우 긴요한 문제”라며 “중요한 수사들에 있어서 굉장히 필요한 인력”이라고 강조했다.
오 처장 발언에 야당은 곧바로 수사 방해가 아니냐는 등 의구심을 내비쳤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채 해병 수사 결과를 보고 나서 특검을 얘기하겠다고 했는데 수사를 못하게 막고 있다”며 “8월 13일에 보낸 연임은 아직 재가를 안 하면서 지난달 30일 제출된 윤상혁 검사 사표는 5일 만에 재개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도 “대통령이 관련 수사를 방해하고 공권력을 활용해 사적 보복을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공수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등 인력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응수했다. 늦어진 연임 재가가 여야 사이 불필요한 논쟁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오비이락이라고도 할 수도 있지만, 연임 과정상 보여진 모습은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는 의구심을 들게 했을 수 있다”며 “권력의 최고위층이 수사 대상이 되고 있고, 이미 오랜 기간 수사하고도 진척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혹이 들게 하는 행위는 애초에 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칫 수사 방해라는 의혹만 커지게 할 수 있는 만큼 불필요한 행위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공수처는 검사 연임이 재가되면서 수사 인원이 현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태는 막았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차장을 포함해 25명. 다만 연이어 인력이 이탈하면서 현원은 18명이다. 이 가운데 평검사 1명은 오는 27일 연임 없이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부장검사·평검사 각각 1명도 인사혁신처로부터 면직 재가를 받으면서 이달 말 퇴직한다. 이들에 대한 퇴직이 이뤄지고, 4명의 연임마저 재가되지 않았다면, 공수처는 정원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검사 11명으로 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