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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 50명, 1년 탄소배출량이…일반인 300년치

옥스팜 "오염 산업 투자·개인 전용기·슈퍼 요트 때문"

억만장자 50명 투자 배출량, 전용기·요트의 340배

석유·광업·해운 등 투자…투자 오염도 S&P500 2배

2022년 기후변화로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긴 파키스탄. /옥스팜2022년 기후변화로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긴 파키스탄. /옥스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전용기 두 대는 1년 중 약 25일 동안 비행했다.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미국 아마존 직원들이 평균적으로 207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 미국 월마트 상속인인 월튼가는 요트 3대를 소유하고 있다. 이 요트들은 1년 동안 월마트 매장 직원 1714명이 배출한 것 만큼의 탄소를 배출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50명의 1년 탄소배출량이 일반적인 사람 1명의 300년 분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 전용기·요트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오염 산업에 투자하는 탓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8일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Carbon inequality kills)’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50명은 1년 동안 평균 184회 비행기를 타고 425시간을 공중에서 보내면서 일반인이 300년 동안 배출하는 수준의 탄소를 배출한다. 같은 기간 동안 그들의 요트는 일반인이 860년 동안 배출하는 양만큼의 탄소를 배출했다. 이번 보고서는 내달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맞춰 공개됐다.



억만장자들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일반인의 배출량을 압도하지만, 그들의 투자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훨씬 더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억만장자 50명의 평균 투자 배출량은 개인 전용기와 요트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을 합친 것의 약 340배에 달한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억만장자들은 세계 최대 기업들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결과적으로 기후 재난을 부추기고 있다. 옥스팜의 연구에서 분석한 억만장자 투자의 약 40%는 석유, 광업, 해운, 시멘트 등 오염 산업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인 억만장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S&P 500에 투자한 것보다 거의 두 배나 더 오염이 심했다. 만일 이들이 저탄소 펀드에 투자했다면 탄소 배출량은 13배 낮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전 세계 배출량이 지금의 추세로 계속된다면 탄소 예산(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남은 양)이 약 4년 안에 고갈될 것이며, 모든 사람의 배출량이 가장 부유한 상위 1%의 배출량과 맞먹는다면 탄소 예산은 5개월 이내에 소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든 사람이 옥스팜 연구에 등장하는 평균 억만장자의 개인 전용기와 요트 수준으로 탄소를 배출하기 시작한다면 탄소 예산은 이틀 안에 ‘0'이 된다.

빈곤 국가 및 지역은 기후위기에 가장 적게 기여했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부유층의 사치스러운 라이프스타일과 오염을 유발하는 투자로 인한 극심한 탄소 배출이 불평등과 기아를 조장하고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그들의 무분별한 오염과 무절제한 탐욕이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협하는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은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옥스팜의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 보고서옥스팜의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 보고서


옥스팜에 따르면 가장 부유한 상위 1%의 배출량으로 인해 1990년 이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2조 9,000억 달러 감소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기후 붕괴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국가들에 집중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저소득 및 중하위 소득 국가들이 1990년~2050년 사이에 누적 GDP의 약 2.5%를 잃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및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각각 3%, 2.4% 및 2.4%를 잃을 것으로 관측했다.

가장 부유한 상위 1%의 배출량으로 인한 농작물 손실은 1990년~2023년 사이 연간 1450만 분이 먹을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2023년에서 2050년 사이에는 연간 4600만 명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농작물 손실은 주로 저개발국가 국민들의 영양 부족이나 빈곤으로 이어진다. 이밖에 2120년까지 더위로 인한 초과 사망의 78%가 저소득 및 중하위소득 국가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옥스팜은 부유층이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각국 정부에 대응을 촉구했다. 옥스팜은 △상위 1%에 대한 영구 소득세·재산세 도입, 개인 전용기·요트 등 탄소 집약적인 사치 소비 금지 또는 징벌적 세금 부과 등을 통한 탄소배출량 감축 △부유세 부과로 확보한 연간 최소 1조7000억 달러의 재원을 활용, 부유한 오염원에게 비용을 지불하도록 할 것 △지속가능한 미래를 훼손하는, 끊임없는 착취와 소비를 통해 이미 부유한 사람들의 부를 축적하도록 설계된 현재의 경제 시스템 재구성 등을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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