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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키·몸무게 '묻지마 처방'…불법광고 빼면 제재수단 없어

■오남용 논란 확산

스마트폰 어플로 처방까지 5초

BMI 등 비만 정도 확인도 안해

해외선 급성췌장염·자살 부작용

"처방은 의사 권한" 제재 어려워

출시 후 불법 광고만 46건 적발

위고비 처방 가능한 약국 및 병원 지도. 사진=애플리케이션 캡쳐위고비 처방 가능한 약국 및 병원 지도. 사진=애플리케이션 캡쳐




“몇 개 필요하세요?”



“1개요.”

“처방됐습니다.”

비대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를 처방받는데까지 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위고비는 BMI(체질량지수)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나 고혈압 등 한가지 이상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으면서 BMI 27 이상인 환자만 처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BMI가 21인 기자가 위고비를 처방받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BMI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 정보인 키나 몸무게도 묻지 않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출시된 위고비는 비대면 과잉 처방에 따른 오남용 문제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앱과 유선 전화로 국내 병의원에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BMI와 관계없이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었다. 강남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과체중이 아니어도 처방이 가능하다” 며 “낮은 용량부터 맞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강북의 한 가정의학과 의사도 “용량을 낮추면 부작용 없이 다이어트에 도움 되는 수준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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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는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지만 오남용하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7월 아이슬란드 의약품청은 위고비의 자살 위험성을 처음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74세 남성이 위고비 투약 용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후 사망했다. 임상시험에서는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손실, 급성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저혈당, 망막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위고비와 관련한 불법 행위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출시 3주차인 이달 5일까지 온라인 불법판매 광고 행위가 46건 적발됐다. 출시 1주차인 지난달 22일 19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대부분 온라인 카페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 위고비의 해외 직구 판매사이트(링크)를 소개하는 게시물이었다. 위고비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해외 직접구매를 통해 처방전 없이 구매하는 것은 약사법에 저촉된다.

문제는 위고비의 과잉 처방을 제재할 방법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재할 수 있는 행위는 의약품의 온라인 불법 판매 및 광고로 제한적이다. 위고비 처방은 의사의 고유한 의료행위로서 의사의 재량권에 속한다. 과잉 처방에 대한 관리·감독은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맡고 있으나 역시 법적 제재가 쉽지 않다. 위고비 오남용과 과잉 처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가 관리·감독할 수 있는 부분은 온라인 불법 판매에 한정된다” 면서 “위고비 처방에 관한 부분은 의사의 진료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규제기관에서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비대면 진료 처방 항목에서 비만 치료제를 제외하고 비대면 진료·처방 플랫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의원은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다이어트 약물을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고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 비대면 진료 시스템은 불법적인 부분에 취약한 상황”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왕해나 기자·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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