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2기를 맞아 유통가에서도 새 정부와 네트워크를 통한 사업 확장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트럼프 부자와 과거 한 차례 이상 만난 정용진 신세계 그룹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이 유통가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접촉이 있는 인사다. 다만 1기 트럼프 정부 시기와 달리 현재는 유통그룹 대부분이 긴축 경영 중이어서 과거와 같은 과감한 대미투자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오히려 이들의 인맥은 관세 등 무역장벽을 낮추는 데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은 지난 1월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에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트럼프 주니어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하고 왔음"이라며 인연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10년 전에 어느 언론사 행사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적 있음"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정 회장이 공식 행사가 아닌 트럼프 가와 개인적인 인맥을 드러낸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대선에서 아버지의 재집권 성공에 핵심 역할을 한 '킹메이커'로 부상한 인물로 상원의원 2년 차에 불과한 정치 신인 J.D. 밴스를 트럼프 당선인의 러닝메이트로 관철시켰다. 그는 트럼프 1기에서 가족 중 핵심 역할을 맡던 장녀 이방카를 대신해 이번 임기에서 인선에 강력하게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정 회장과 함께 지난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이 방한했을 당시 진행한 간담회 참석자도 새삼 화제에 올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신동빈 회장, 손경식 회장, 허영인 회장 등 유통·식품 업계 오너들을 대거 초청해 대미 투자를 당부했다.
이 때를 전후한 2018년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미국 법인 'PKRH(PK리테일홀딩스)'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진출에 나섰다. 현재는 대대적인 추가 투자 보다는 현지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2018년 미국 현지 슈퍼마켓 체인 '굿푸드홀딩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이듬해에 '뉴시즌스마켓'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미국법인은 오레곤 공장도 소유하고 있는데, 가정간편식(HMR) 등 냉동냉장 가공식품을 제조한다. 'PK' 브랜드로 육개장, 소불고기, 불닭치킨 등 연간 200만팩 가량 생산 중이다. 미국 내 트레이더조, 코스트코, 크로거 등에 납품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미국 투자 후 트럼프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단독 회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5월 14일 신동빈 회장 일행과 백악관에서 만나 롯데케미칼이 트럼프 대통령은 롯데케미칼이 3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석유화학공장을 설립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만 롯데그룹은 석유화학 사업 외에 식품 분야의 미국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달 빼빼로를 미국 코스트코에 입점시켰고, 빼빼로를 1조원 매출의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뉴욕 타임스퀘어에 광고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롯데호텔은 미국 뉴욕·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 위치해 있다.
2019년 6월 30일 트럼트 대통령은 방한 당시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회장, 손경식 회장, 허영인 SPC 회장 등 국내 주요 유통가 기업인들을 만나 대미 투자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등 국내 주요 재계 총수들도 함께했다.
CJ그룹은 냉동식품 기업인 미국의 쉬완스를 인수했고, 올해 1분기 기준 비비고 만두는 미국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42%의 점유율로 1위다. CJ푸드빌은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조지아 주에 진출했다.
SPC그룹은 2005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파리바게뜨 매장 수를 늘려오는 등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SPC가 운영하고 있는 파리바게뜨는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하와이 등 미국 전역에서 올해 11월 현재 약 19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