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가열되는 ‘정쟁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13일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경제·민생 법안의 윤곽을 공개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후 격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 국내 경제 상황이 한층 어려워진 것도 고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 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각 당이 중점 추진하는 민생 법안 목록을 공유하고 이견 차를 좁혀갔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민주당의 주요 요구 사항 중 하나로 국민의힘이 수용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전력망법은 국민의힘이 적극성을 보였다. 여야 모두 ‘전력망 확충위원회’ 설치, 전력 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이 담긴 법안을 발의하는 등 공감대가 형성돼 이르면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여야는 반도체 특별법과 인공지능(AI) 기본법 등 이견이 남은 법안도 적극 심사해 합의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특별법의 경우 여야 모두 취지에 공감하고 있지만 ‘주 52시간 근무 제외’ 등 일부 내용에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다만 김 의장이 “노동시간 유연화는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보이고 있어 극적 합의의 가능성이 있다.
AI 기본법도 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국민의힘과 안전 규제 마련에 방점을 둔 민주당의 의견 조율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이 담긴 정부조직법은 민주당에서 요구하는 ‘여성가족부 존치’와 맞물려 있다. 김 의장은 “민주당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 것 같다”며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당은 추가 협의를 통해 최대한 많은 민생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김 의장은 “양당 정책위가 다시 한 번 검토해 합의 통과할 수 있는 법안의 숫자를 더 늘릴 수 있을지 상의하고 상임위에서 해당 법안들을 우선 심사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여야는 14일 본회의에서 이미 합의된 민생 법안 30여건을 처리한다.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위장 수사를 허용하는 성폭력처벌법을 필두로 국가가 북한의 쓰레기(오물) 풍선 피해를 보상할 수 있게 하는 민방위기본법, 비아파트를 대상으로 의무임대기간 6년의 단기 등록 임대제를 도입하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 등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