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규제로 서울의 집값 상승세와 매매거래가 주춤한 가운데 경기·인천 거주민들의 서울 주택 매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전 신고가 대비 낮은 가격의 매물이 쌓이면서 이를 서울 진입 기회로 여기는 매수자들이 늘어난 셈이다. 규제가 풀리면 서울 집값은 결국 다시 오를 거라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매매에 따른 소유권 이전 등기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집합건물(아파트·연립·다세대 주택) 매수인의 거주지는 서울 다음으로 경기·인천이 가장 많았다. 서울 지역 주택 전체 매매 1만 7028건 중 3001건(17.6%)을 경기·인천 거주민이 사들였다. 지난 8월(16.2%)과 9월(17.4%)에 이어 연속으로 해당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주택 가격 상승 폭이 감소함에 따라 서울 인근 수도권 지역 거주민들의 ‘서울 입성’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6% 상승에 그쳤다. 지난 9월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및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상 이후 5주 연속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서울 지역 내 신고가 거래 비중도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최고가 거래 비중은 15.6%로 감소 전환했다.
자치구 별로 보면 지난달 경기·인천 주민들이 가장 많은 주택을 매수한 지역은 송파구(248건)였다. 이어 강서구(228건)·영등포구(221건)·강남구(218건) 순이었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부동산 규제가 집중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내 주택 매수가 전체의 23.6%를 차지하며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의 전세가율이 53%대로 낮아 갭투자는 줄어들었고 현재 시장 핵심축은 40·50대의 갈아타기 수요”라며 “부동산 상승기에 서울 주택의 폭등이 이어지며 안전자산으로서의 인식이 강해져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에서 서울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주택을 매수한 경기·인천 주민 중 70%가 성남·일산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