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미국의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rmy Tactical Missile System·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처음 공격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 6발로 러시아 서부 국경지대인 브랸스크의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방공시스템이 에이태큼스 6발 중 5발을 요격했고 나머지 1발의 파편이 군사 시설에 떨어져 소규모 화재가 발생했으나 인적 및 물적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선 지난 1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지원받은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내부 표적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허가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다.
사실 지난 4월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신형 ‘에이태큼스’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을 비밀리에 제공했고 우크라이나에 영토 안에서만 사용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해 최근까지 유보한 상태였다. 그러나 북한의 파병 등 전장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우크라이나의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미국의 입장이 바뀌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장거리 지대지미사일을 활용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 국방성 당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뒷일을 감당할 수 없는 지질맞은 선택은 화난만 불러올 것이다’ 제하의 담화를 내놓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신형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미사일을 제공한 것에 대해 “미국이 제공하는 장거리 미사일은 전장의 판세를 절대로 바꿀 수 없으며 젤렌스키 괴뢰도당의 무모한 대결 광기만 키워주게 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미국은 이 분쟁에 직접 개입했다”고 비판하며 “특별군사작전의 결과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가 얼마나 위력적인 무기 체계기에 북한과 러시아가 잇따라 성명을 내놓은 것일까.
에이태큼스는 미 육군 전술 미사일 체계(The Army Tactical Missile System)의 약자다. 지난 1986년 미 육군이 노후화돼 성능이 떨어진 랜스미사일 대체를 위해 미 록히드마틴 社가 개발했다. 최근까지 모두 3700기 가량이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형인 MGM-140 블록1부터 개량형까지 다양하다.
최대 사거리 300㎞에 달하는 지대지미사일이다. 다연장 로켓 발사 체계인 하이마스(HIMARS·고기동성 포병 로켓 체계)의 트럭 장착 이동 발사대에서 발사할 수 있다.
탄두에 따라 A·B·C·E형으로 구분된다. 단일 고폭탄이나 수백 개의 폭탄이 탑재된 집속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집속탄두를 장착해 공격하면 하늘에서 비처럼 수백 개의 파편이 쏟아진다고 해서 ‘강철비(Steel Rain)’ 라고 부른다. 목표물 근처 상공에 도달해 수많은 자탄을 뿌리면서 축구장 3~4개 넓이의 지역을 초토화 하는 게 가능하다.
1단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탑재했다. 발사 중량은 1.67t, 길이는 4m, 직경은 61cm, 날개폭은 1.4m에 이른다. 발사 이후 마지막 단계에서 마하3(시속 1124㎞)의 빠른 속도로 가파르게 떨어져 러시아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요격이 까다로운 무기체계다.
300∼950개의 소형 자탄이 들어 있어 표적 상공에서 폭발하면 자탄이 넓은 영역으로 살포돼 피해를 주는 등 살상력이 크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에서 전세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뛰어난 타격 능력과 ‘장거리급’ 공격력 덕분에 러시아의 후방 병참기지와 군사령부 등을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핵심 무기체계로 꼽힌다.
에이태큼스는 걸프전에서 주요 군사 표적을 타격하며 그 성능을 입증했다. 당시 1세대 집속탄 미사일은 약 160㎞를 날아 목표물에 950개의 소형 폭탄을 투하하면서 그 위력을 과시했다. 이후 이라크 전쟁에서는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시설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보유는 러시아의 두터운 방어선 후방 지역에 있는 지휘소와 탄약고, 보급로, 병참기지 등을 사정권에 두게 돼 러시아로서는 위협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러시아는 후방 보급로를 더 뒤로 후퇴시킬 수밖에 없어 전선에 무기와 보급품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더 힘들어져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전력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기갑이나 방공체계를 갖추지 못한 보병 위주의 북한군 파병 병력에 대해 타격에 에이태큼스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같은 에이태큼스의 위력 때문인지 러시아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커진 모습이 나오고 있다. 당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주장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냉전 이후 개발돼 시험발사나 주로 억지용으로 배치되기만 했던 ICBM이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는 물론 사상 처음으로 실전에서 쓰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나토 주도국인 미국과 영국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국경을 가로질러 넘어오자 처음으로 ICBM이라는 가장 강력한 비대칭 재래식 전력을 동원해 대응한 것이다.
이는 자국 영토에 대한 장거리 전술 미사일의 공격을 승인한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 5800㎞의 ICBM으로 위협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돼 파장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ICBM은 핵탄두 탑재도 가능해 러시아가 제3차 세계대전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가 현실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의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동맹 국가가 러시아를 침략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대량살상무기로 보복 공격을 할 권리가 있다"며 "이것은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